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0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충청도당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지난해 총선 직전 검찰이 ‘검-언 유착’ 논란 및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가족 관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은 윤 전 총장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보도와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3일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3명과 언론사 관계자를 포함해 모두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했다. 이 고발장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후보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스버스>는 보도했다.
고발장에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가 적시됐다. 유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후보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문화방송>(MBC)의 ‘검-언 유착’ 보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화방송>은 지난해 3월 이동재 <채널에이(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 이사장의 비위 사실 진술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고발 대상에는 문화방송 기자들과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관계자 등이 함께 포함됐고, 명예훼손 피해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었다.
손 정책관은 이어 4월8일에도 최강욱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을 추가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김웅 후보를 통해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두차례의 고발장 모두 고발인을 임의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비어 있었다. 손 정책관은 ‘검-언 유착’ 의혹을 문화방송에 제보한 지아무개씨의 과거 사건 판결문도 고발장에 첨부했다고 한다. 범죄사실이 적시된 실명 판결문을 본인 동의 없이 외부에 유출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수사정보 수집과 분석은 물론 각계 동향을 파악해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총장의 최측근이다. 이에 고발장을 작성하고 야당에 전달하는 과정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권은 ‘검찰발 총풍 사건’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윤석열 검찰이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해 고발을 사주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정치공작”이라며 “윤 전 총장은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 관련해 보고받은 적이 있는가. 윤 전 총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는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을 사주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손준성 검사도 이날 <한겨레>에 “보도는 사실이 아니고 제가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고,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던 정점식 의원은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과 야당의 ‘고리’ 역할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웅 의원은 입장문을 내어 “당시 의원실에는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 제보받은 자료라면 이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과 함께 철저한 감찰조사를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