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총선 직전 ‘윤석열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국민의힘 안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연루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준석 대표는 ‘후보 검증단’을 구성해 검증 및 네거티브 공세를 방어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선 사안이 가진 폭발력을 우려하며 쉽게 대응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상대 당과 여러 경로를 통한 우리 후보와 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강화하고 있다”며 “당에선 우리 후보들을 적극 보호하고 검증하도록 조직 설치를 재차 검토하겠다. 더이상 늦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후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여권에서 제기하는 각종 사안에 대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대선 예비후보 검증단 구성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후보 캠프에서 불만이 나오면서 검증단 설치 일정이 지연돼 왔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을 계기로 검증단 설치를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당무감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선거 과정에서 있는 각종 검증 수요에 대해선 당무감사나 윤리위보다는 특수기구를 두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검찰의 고발장이 당에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무처까지 이첩된 문건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 내에선 ‘고발 사주’ 의혹이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을 넘어 국민의힘에 미칠 막대한 타격에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사안이 무거운 만큼 명확한 진상규명으로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사자들이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실체 파악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윤 전 총장이 직접 연루됐다는 ‘물증’이 나오지 않아 대응 기조를 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발 사주인지 아닌지에 따라 문제가 굉장히 달라진다. 이 부분의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김웅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당사자들이 명확히 얘기할 시점이 오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다. 그전까지는 실체가 없어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이 대표를 찾아 “정치 공작”이라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이 대표와 이날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윤 전 총장은 기자들을 만나 “제가 총장 시절 국민들이 다 보셨지만 검찰총장을 고립화시켜서 일부의 정치 검사들과 여권이 소통을 해가면서 수사사건을 처리해나가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일단 논란 확산을 차단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후보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을 할 것이며 무리한 공격에 대해선 법사위에서 방어하라고 의원들에게 얘기해뒀다고 윤 전 총장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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