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올데이 라방'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의 ‘아니면 말고’ 식 음모론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 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고발장 전송자로 사실상 특정되고 대검의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이 보도되는 등 윤 전 총장 개입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자 이를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불리한 사안을 싸잡아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본질 흐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캠프 내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16일 성명을 내어 “(<한겨레>가 보도한) 고발장 이미지 파일의 출처는 대검찰청으로 강력히 의심된다. 대검찰청은 즉각 이 의혹을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실체적 진실 규명과 권력 감시를 위한 언론의 취재·보도 내용에 대해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과 수사기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위는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시 박지원·조성은-대검찰청-한겨레신문으로 이어지는 검언유착 및 정치공작 공모관계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 마지막 부분에선 “이번 사건은 정치인, 검찰, 언론이 공모해 야권 1위 대선후보를 음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형 게이트”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쪽의 이런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와 ‘메신저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은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에 대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다 아는 그런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해줬으면 좋겠다”는 편협한 시각을 보인 바 있다. ‘고발 사주’ 제보자를 향해서는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이가 없고, 저도 들었다”고 깎아내렸다.
윤석열 캠프는 또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8월 만남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홍준표 캠프 실무진이 동석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동석자로 지목된 인사가 해당 날짜 동선과 지인과의 대화 내용, 영수증 등 근거 자료를 공개하며 반박한 뒤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 쪽이 고발 사주 의혹을 희석하려고 기성 정치인보다 더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음모론 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메시지(제기된 의혹) 자체를 불신하게 하려는 전형적인 행태”라며 “이슈 바꿔치기와 메신저 공격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더구나 언론과 제보자를 향한 윤 전 총장의 무차별적 정치 공세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반대해온 그간의 입장과도 괴리가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언론까지 정치공작에 가담했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은 딱한 일”이라며 “언론중재법 반대 의견을 내고 언론자유 보장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본인이 거론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겁주기’ 하려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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