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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우왕좌왕 ‘손바닥 王자’ 해명…윤석열 ‘설화’에 캠프도 ‘난맥’

등록 2021-10-05 18:29수정 2021-10-06 07:42

정확한 해명보다 두둔 급급
“대변인들 앞다퉈 심기보좌만”
대선출마 후 두번째 부산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출마 후 두번째 부산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사건에 중구난방 해명이 이어지면서 캠프 메시지 관리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 전 총장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일이 터질 때마다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보다 후보의 심기만 보살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5차 토론회 때 윤 전 총장 손바닥 왕자가 포착되고 “주술과 관계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일 윤석열 캠프 공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차 토론회 때부터 같은 아파트 주민인 지지자가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을 손세정제로 지워봤지만 잘 안 지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자의 응원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얘기인데, 유력 대선주자의 동선이 지지자에게 그렇게 쉽게 노출되고, 손세정제로도 손바닥 낙서가 지워지지 않을 수 있느냐 등의 또 다른 의구심을 낳는 해명이었다.

곧바로 경쟁 후보들로부터 ‘거짓 해명’ 의혹이 제기됐다. 유승민 캠프는 “5차 토론 전 29일 간담회에 참석한 윤 후보의 왼손은 매우 깨끗했다. 유성매직은 코로나 시대 곳곳에 비치된 손소독제로 말끔히 지워진다”고 반박했다. ”3차 토론 때부터 진하게 덧칠된 글씨여서 지워지지 않았다”는 캠프 해명이 거짓이라는 지적이었는데 윤석열 캠프는 오히려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바로 손을 씻지 않았다’며 “스스럼 없는 대중정치인”(김근식 캠프 비전전략실장)이라는 식으로 포장에 나섰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세정제로 어떻게 안 지워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용남 캠프 대변인은 “주로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날 “(토론에) 들어갈 때는 신경을 써서 지우고 가는 게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는 윤 전 총장의 해명과도 어긋나는 메시지였다.

‘손바닥 왕자’ 논란은 윤 전 총장 본인이 실언을 연발하고 세심한 논의 없이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무리수로 연결되는 패턴과도 비슷하다. 윤 전 총장은 “집이 없어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발언을 지난달 29일 해명하면서 “검사 생활 조금 한 사람은 (부정청약 등) 저런 사건이 많다. (청약통장) 그거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라고 말했다가 치매 환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약통장을 잘 모른다는 발언을 강하지만 부실한 해명으로 덮으려다 또 다른 말실수를 한 것이다.

결국 후보의 언행으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이를 감싸려고만 하면서 일이 더 커지는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잘못을 했거나 논란이 있으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해명하고 사과하기보다는 후보를 두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캠프가 국민이 아닌 후보만 바라보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윤 전 총장이 대변인에게 정확한 자초지종을 전하든지 직접 나서서 솔직하게 해명을 해야 하는데, 대변인들이 서로 나서서 경쟁적으로 후보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대구 민란’ 등 실언이 반복됐을 때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말을 아꼈는데 그러는 동안 캠프 내에서 해명·설득의 매커니즘을 짜놓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해명할 일을 후보가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이슈메이커”라는 냉소적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이슈메이킹은 지속돼서는 안 된다. 윤 후보도 메시지 관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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