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대장동 의혹’과 ‘원팀’ 구성이라는 숙제를 안은 채 여당 대선 후보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안정감’과 ‘팀플레이’ 강조가 첫 일정의 주제였다.
이 후보는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내디뎠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공식 일정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장된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을 먼저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선 ‘캐스팅보트’인 ‘중원’에서 안보·보훈 행보를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장동 의혹 탓에 흔들리는 중도층 여론에 호소하며 안정감을 부각하겠다는 뜻을 담은 일정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참배 뒤 “국가 제1 의미는 국가공동체를 지키는 안보”라며 “우리 국가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가장 먼저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전현충원이) 충청지역에 있어 일부러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전현충원 방문 뒤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질병관리청을 방문했다. 코로나19 대응과 방역 상황을 점검하면서 위기 관리 능력을 알리려는 행보다. 이 후보는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감염병을 비롯한 보건 의료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국민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할 만큼 크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보건 근로 종사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을 중심으로 한 원팀 정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한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대선은) 개인의 선거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되는 민주개혁세력 전체의 선거”라며 “우리는 하나의 팀원이고 팀 자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가 정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1번 공격수를 맡게 됐지만 골키퍼와 윙, 미드필더가 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팀전”이라며 “당연히 다음에 수립될 정부는 4기 민주 정부”라고 덧붙였다. 경선 무효표 처리에 이의를 제기하며 승복을 보류한 이낙연 전 대표 쪽을 향해 협조해달라는 당부와 압박을 동시에 보낸 것이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해서도 “저는 당 후보일 뿐이고 선거는 당이 하는 것”이라며 모두 일임할 뜻을 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이 후보에게 18, 20일 예정된 경기도 국정감사 전에 지사직을 사퇴해줄 것을 요청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현안과 정책, 두 가지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후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당 대표의 생각”이라며 “지도부나 당 관계자도 (이재명 후보가)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국감장에 서는 게 맞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는 신속하게 선거 체제로 가자는 취지여서 고민할 게 조금 많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이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민주당 지지층도 대장동 게이트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정했다”며 “(이에 대한) 이 후보의 대처법은 거짓말도 계속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식 국민 세뇌 선동”이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도 “비리 후보로는 안 된다는 민주당 대의원들의 심판”이라고 공격했다.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각각 “민주당이 버티면 여당 대선 후보가 투표 전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올 것”, “떼도둑의 수괴가 이재명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3차 선거인단 경선에서 일반 국민들이 큰 심판을 하신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 지사의 후보직 사퇴야말로 부정부패 척결의 시작”이라며 “모든 공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는 것이 공정과 정의다”라고 주장했다.
조윤영 김미나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