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이 11일 오후 당 선관위의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 건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쪽이 11일 “중도사퇴 후보자들의 표를 무효로 한 것은 문제”라며 결선투표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 이재명 경기지사가 50.29% 득표로 간신히 최종 후보가 되자 사실상 경선 불복을 시사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집권당의 대선 경선 후보가 전례 없는 불복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낙연 쪽 “이재명 득표율 49.32%” 주장
이 전 대표 캠프 소속 의원들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특별당규에 정해진 ‘유효투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민주당 특별당규 59조 1항은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앞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로 했다. 역대 대선 경선(2002·2007·2012)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로 처리한 전례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쪽은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만 무효이고, 후보들이 사퇴 이전에 얻은 표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는 경선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를 단순합산해 유효투표수의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특별당규 60조 1항)는 조항이 근거다.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사퇴하기 전에 얻은 표는 ‘경선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이므로 이 표들도 합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분모에 해당하는 선거인단 수가 늘어 이 지사의 득표율은 50.29%에서 49.32%로 떨어진다. 과반이 무너져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 수치다. 이낙연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당 선관위는 이미 유효투표라고 당시에 발표했는데, 나중에 갑자기 두 후보의 유효표를 빼버렸다”며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이자 착오”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는 이날 오후 공식 이의제기서를 민주당에 제출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쪽은 ‘경선 불복’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낙연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경기에서도 심판 판정에 문제가 생기면 영상판독장치를 다시 판독한다”며 “이의를 신청했다고 경기불복이라고 이야기하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쪽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날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며 선을 그은데다, 무효표 논란의 당사자인 정 전 총리와 김 의원 모두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했고, 김 의원은 “경선을 마치고 나서 룰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일은 민주당의 분란을 낳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가 ‘경선 불복’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선 결과에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둘러싼 검경 수사 추이와 그로 인한 ‘후보 궐위 사태’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애썼다’는 명분쌓기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서울 지역 순회경선의 정견 발표에서도 “여야를 덮친 대장동 개발 비리가 민주당의 앞길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이의 제기가 실제 경선 불복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캠프 쪽에서 결선투표로 갈 수도 있었는데 못 간 아쉬움을 나름대로 토로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쪽의 주장은 당내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명분 싸움에서도 밀린다는 평가가 많다. 이의 제기로 인한 경선 후유증이 길어질 경우, 당의 대선 본선 준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결국 책임의 화살이 이 전 대표를 향할 수도 있다.
당 지도부는 경선 기간 두번에 걸친 토론을 통해 ‘특별당규 59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이 전 대표 쪽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앞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무효표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미 검토가 끝난 사안”이라며 “정치 공세로 봐야 한다. 실제 두 사람의 득표율 격차가 상당히 있어 오히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누적 득표율은 39.14%로 이 지사에게 11.15%포인트 뒤진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원팀 선대위’를 꾸리는 게 필수인 만큼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쪽이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용광로 선대위’ 구성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송 대표가 직접 이 전 대표를 만나 ‘원팀이 되어달라’ 요청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낙연 캠프가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결할지가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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