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를 찾아 관중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보유세인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역행하고 소수 집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14일 페이스북에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국민의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해 기존 주택의 거래를 촉진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선 과정에서 밝힌 “종부세 전면 재검토” 방침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재산세와의 통폐합으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윤 후보는 △재산세와 동일한 세원에 대한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 보장 원칙 위반 △과잉금지 위반 논란을 거론하며 “종부세는 납세 대상자의 수가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고 했다. 종부세를 ‘나쁜 세금’으로 규정한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했다”며 한때 보유세 강화 기조를 유지했던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법 1조 ‘목적’에는 ‘부동산의 가격안정 도모’가 담겨 있다”며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에는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인데, 윤 후보가 이날 내놓은 이야기는 거꾸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을 장기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나 고령층에 대해서는 이미 세금 공제가 상당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고, 당장 세금 낼 여력이 없는 대상자를 위한 과세 이연 제도도 논의되고 있다”며 “윤 후보가 현재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집부자만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면제로 똘똘한 한채 투기 열풍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냐’며 비판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늘리는 추세다. 부동산이 ‘거주’라는 목적을 벗어나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상대적으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해 결국 자산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를 막기 위한 시대의 흐름”이라며 “정책에 관한 소신이나 철학도 없이, 게다가 맥락도 없이 이런 잘못된 시그널을 던진다면 결국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뿐”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 쪽은 “종부세 폐지가 아니라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김병민 대변인은 “이제 곧 종부세 납부 고지서가 나오고 종부세 폭탄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올린 것”이라며 “(종부세) 폐지라기보다는 문제점들을 살펴보며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장나래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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