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전면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을 두달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 후보는 지난 11월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줄곧 소통 부재와 ‘문고리’ 논란 등에 휩싸여왔고,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선대위 전면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후보의 수습 역량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는 4일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선대위 개편 방향과 내용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전날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 후보의 동의 없이 “선대위의 전반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모든 외부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주변 인사들의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후보가 칩거하고 ‘선대위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긴장감이 팽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윤 후보가) 댁이든 바깥이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도 그냥 후보가 결단하기만 대기하고 있다. 늦어도 내일 오전에는 (개편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추측만 할 뿐”이라고 전했다. 윤 후보는 이르면 5일 오전 김 위원장이 제안한 선대위 개편안 수락 여부 및 인선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자신을 ‘건너뛴’ 개편안을 먼저 공개하고, “연기만 좀 해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격노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후보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김 위원장 개편안을 수용하는 것 또는 김 위원장과 결별하는 것, 두가지만 남은 셈이다.
당내에선 그간 누적된 윤 후보의 리더십 문제가 사상 초유의 대선 두달 전 ‘선대위 해체’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선대위 갈등은 윤 후보가 후보로 선출된 이후 계속돼왔다. 11월5일 후보 선출 뒤 한달 가까이 선대위 인선을 마무리짓지 못했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은 이준석 대표와의 불화로 이어졌다.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과 실언·망언 등으로 인한 비판도 거셌다. 특히 후보 선출 이후 두달여 동안 눈에 띄는 정책이나 비전도 내놓지 못하고 되레 정책 혼선 논란만 빚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경선 경쟁자들과의 ‘원팀’ 구성도 실패했고, 선대위 ‘집안싸움’을 방치하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지지율 폭락과 김 위원장에게 “연기만 좀 해달라”는 모욕을 듣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의 충돌 등이 선거 레이스를 어렵게 했지만, 윤 후보가 선대위 인적 쇄신을 결정할 정도의 치명타는 아니었다”며 “후보가 각종 논란을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고, 사과와 수습 타이밍도 때마다 놓친 점이 사태를 키운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쪽은 1월 말까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대위 관계자는 “1월 말까지 남은 20여일간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가 개편되고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선대위 재조직은 윤 후보에게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효율성을 앞세운 슬림 선대위를 선택하면 자신의 측근 등 기존 선대위 멤버가 적잖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분란도 예상된다. 당장 해체 뒤 재구성된 선대위 내부의 혼란을 정리하는 일 또한 윤 후보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재구성 이후에도 ‘원톱’인 김 위원장과 외곽을 돌고 있는 이 대표와의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과의 ‘원팀 구성’도 오래도록 풀지 못한 숙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재탕 선대위’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새로움을 준다면 남은 선거 기간에도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단은 본인이 해왔던 치명적인 말실수를 극복하고 균형감을 회복하는 게 선대위 구성보다 우선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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