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비주류로만 5선을 한 만만치 않은 이력의 정치인이다. 당내 주류 세력에도 할 말은 하는 민주당의 ‘미스터 쓴소리’를 자임하고 있다. 애초 함께 비문으로 분류됐으나 이제는 당의 주류로 올라선 ‘이재명계’라고 해서 그의 쓴소리를 피해 갈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질겁했다. 위험하다”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 후보의 ‘전과 4범’이 공익적 활동 중 생긴 일이라고 옹호했다가 “미래권력에 맹종하고 비호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민주당에 회초리를 드는 그를 바라보는 진영 내부의 시선도 싸늘할 때가 많다. 일부 강성 민주당 지지층에선 그가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며 문자폭탄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가 내부 비판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는 “어떤 조직이든 하나의 색깔만 남아 이견 없이 성역화해선 표리부동이 파생돼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형형색색 꽃들이 어우러진 민주적 토론의 장으로 민주당이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소명 의식’이 발휘된 또 하나의 사례가 평등법(차별금지법) 대표 발의다. 보수 기독교계에 찍힐까봐 웬만해선 나서려 하지 않는 일인데 총대를 멨다. 그는 “지난 4월 대표 발의 제의를 받고 1, 2초 뭐라고 핑계를 댈까 하다가, 안 맡으면 비겁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5선 의원씩이나 돼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도 핑계나 대면 뭘 위해서 정치하겠다는 거냐 싶었다”고 돌이켰다.
비겁하지 않기 위해 민주당 다수 의원들이 꺼리는 입법 추진도 마다하지 않는 그를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범띠 해인 올해 신년 다짐으로 ‘호시우행’을 꼽았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시류에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가 올해 국회 제1의 과제로 꼽은 평등법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대선의 해 민심의 향배를 짚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새해 여론조사 민심의 흐름을 어떻게 봤나?
“이재명 약간 상승, 윤석열 급격한 하락, 안철수 일정 부분 부상이 특기할 만한 상황이다. 윤 후보의 급락은 한가지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헛발질의 결과다. 이 후보는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정책으로 뭘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좀 가점이 된 것 같다.”
―골든 크로스인가, 데드 크로스인가?
“윤 후보가 스스로 주저앉은 형국이기 때문에, 데드 크로스 측면이 더 크다.”
―윤 후보의 헛발질 중 가장 큰 건은 뭔가?
“내분이다. 당대표는 뛰쳐나가고, 두번씩이나. 또 후보는 수습하려는 리더십도 발휘 안 하고 있고. 고장난 시계처럼 태엽이 막 꼬여가지고 도대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저 사람들한테 맡기면 치고받고 싸울 텐데, 국정 맡기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과 사과 문제는 어떻게 보나?
“현행법상 범죄 여지도 있고, 사과로 끝낼 성질이 아니다. 사과도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건지도 분명하지 않고 본인도 ‘내가 뭘 크게 잘못했냐’는 생각인 것 같다. 국민 인식과는 상반된다.”
―윤 후보가 내세워온 ‘공정과 상식’엔 어떤 영향을 줄까?
“자신의 문제에선 버들강아지처럼 왔다 갔다 한다. 남한테만 추상같지 자신과 가족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다. ‘네가 말한 잣대는 뭐고 네가 말한 공정은 뭐냐’ (이런 의문에 직면해) 정치적 자산이 다 허물어지는 상황이다. 회복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윤 후보의 발언이 굉장히 거칠어졌다.
“강성 당원 입맛에 맞춰서 지지를 회복하려고 한 건지 모르지만, 국민 눈에는 초조하고 평정심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기본 덕목인데, 경쟁 후보에게 ‘확정적 중범죄자’ 같은 금도를 넘는 발언을 했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조차 깡그리 무시하는 걸 보면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지도자 자질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는 건가?
“60만 대군을 지휘하는 군 통수권자에게 평정심은 기본 덕목이다. 이번에 국민은 ‘이재명이 불안하다는데 이 사람은 더 불안하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선대위 전면 개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윤핵관’이니 뭐니 그런 건 다 자기네 내부 권력 싸움이다. 국민은 관심 없다. 도대체 왜 정권을 잡으려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무작정 ‘반문 정서’만 갖고 정권을 교체해야 된다고 했지만, 앞으로 5년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책임감에 비춰 보면 너무 얄팍하다. 그 싸움의 민낯도 불썽사납고 어처구니없다. 제대로 된 공약조차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네거티브 자제 등을 얘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당연히 그래야 한다. 우리는 170석을 지닌 제1당으로서 좀 더 의젓하고 담대하게 나가야 된다. 한국 사회의 문명사적 국면을 이끌고 나가겠다, 이런 리더십을 보이는 차원에서 네거티브는 웬만하면 우리는 참아야 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좀 벗어났다고 보는 대목이 있나?
“김건희씨 성형 문제 이런 것들이다. 개별 인사들이 그렇게 한 부분이 있다.”
―이재명 후보의 최근 행보나 발언에서 짚어볼 만한 대목이 있다면?
“일부 정책도 이랬다 저랬다 한 게 있는데 요즘은 많이 자중하는 것 같다.”
―일부 정책을 두고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기본소득 관련해선 찬반 논쟁이 붙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표 공약 아니다’ 이러면서 제대로 토론이 안 됐다. 여하튼 후보가 그렇게 원칙 없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이미 문재인 정부와 당에서도 일단 정리가 된 문제인데, 또 임박한 시점에 1년을 유예하자고 하니까 시장이 오히려 출렁거리는 위험도 있다. 이런 건 삼가야 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없나?
“선거 앞두고,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가장 혹독하게 비판받은 게 부동산 관련 정책이기 때문에, 악화된 민심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하려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 민심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민은 보여줘야 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정치적인 효과는 좀 발휘된다고 보나?
“이재명 후보가 되면 ‘세금 부담은 좀 덜겠네’ 이런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 있다. 중과세 대상이 아닌 사람들도 ‘이재명은 문재인과 달리 세금으로 잡겠다는 얘기는 안 하네’ 이런 이미지를 갖는 거 아닌가 싶다. 물론 윤석열 후보는 세금을 더 낮춘다고 한다. 다만 당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쪽이 낫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고.”
―송영길 당대표를 최근 몇차례 비판했다.
“당대표니까 당 후보를 두둔하고 하는 건 좋지만, 터무니없이 ‘전과 4범’은 공익 활동을 위한 것이라든가 이재명에 대한 책을 읽으라고 한다든가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는 걸 지적한 거다.”
―시대착오적이라는 건가?
“역효과가 난다. 나도 이 후보가 ‘전과 4범’인 걸 송 대표 말 듣고 알았다. 본인은 사과했는데 그거를 왜 끄집어내가지고 상기시키나.”
―또 이 후보나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나?
“힘든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2차대전 때 윈스턴 처칠이나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그랬듯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될 방향과 관련한 담론, 의제들은 많이 설정을 해놨다. 다만 소통의 리더십은 매우 결핍돼 있었다. 소통은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쌍방향이라야 한다. 특히 반대파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국민의힘이나 정의당 의원 등을 만나, 어차피 상대방 신념체계를 설득할 수는 없으니까 ‘당신 원하는 게 뭔가, 그거 해줄게. 당신은 내가 원하는 걸 좀 도와줘’ 딜(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 정치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뭔가를 완전히 바꾸기보다 이번엔 ‘3 대 7’ 그러나 다음엔 ‘7 대 3’ 이런 식으로 적당히 바꿔가는 정치력과 지혜가 우리 정치인들한테 특히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두가지다. 먼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체제를 책임지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뜻이 바로 통하도록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돼야 한다. 대의제를 원칙으로 두되, ‘국회 해산’ ‘국민 발안’ 등의 제도가 가동돼야 한다. 일정 수의 국민이 어떤 법안을 원해서 국회에 넘기면 정해진 기간 내에 심의 안 하면 본회의로 넘겨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이다. 가령 지금 평등법 같은 경우 아예 국회가 논의 자체를 안 한다.
또 하나는 선출직에 대해서 임기 도중이라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주권자가 갖도록 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까지 탄핵 이외의 방법으로 교체하기는 어려우니, 대통령의 권한은 줄이면서 국무총리를 의회에서 선출하고 교체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선거제도도 다당제를 전제로 한 연정이 가능하도록 연동형 비례제를 확실하게 하든지 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발표한 ‘정치 대개혁 비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한참 전부터 이런 생각이 보편적인 문제의식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주역 중 한명인데, 최근 공수처의 통신 조회에 대해 몇차례 비판했다.
“공수처가 고위 권력자들에 대한 감시와 책임 추궁을 스마트하게 해야 하는데,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더구나 이번 통신자료 조회 문제에 대해 ‘검찰, 경찰은 더 많은데 왜 우리만 뭐라고 하느냐’ 식으로 대응한 건 개탄스럽다. ‘수사 관행에 젖어서 그걸 탈피하려는 노력을 못 한 부분을 반성하고 개선하겠다’고 해야 할 문제다.”
―통신 조회 자체는 사찰이나 불법은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수사기관은 통신사업자에게 통신 조회를 요구할 수 있고, 통신사업자는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걸 근거로 불법은 아니라고 하는데, 형식적으론 맞다. 하지만 헌법 기본 정신에 비춰 보면 개인의 기본권에 관해서 적법성을 부여받으려면 본인의 동의를 받거나 법적 근거가 있어야 되고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된다. 그리고 영장주의라는 절차적 규범에 따라 과잉 금지 또는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달랑 하나의 조항에 근거해 용납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절차적 요건을 갖추려는 움직임은 없나?
“지난번 의총에서 그 개선 입법을 추진하겠다라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얘기했다. 다만 입법 과제는 그것대로 추진하되, 공수처에 대해서도 뭐라고 해야지, ‘그건 합법’이라고 무조건 방어하는 건 잘못이라는 거다.”
―국민의힘도 제도 개선엔 눈감은 채 ‘불법 사찰’이라고 공세만 펴는 것 아닌가?
“그에 대한 지적은 저 아니어도 많이 하고 있다.”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우리 당 당원동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될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반대다.”
―반대 이유가 뭔가?
“애초 우리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위성정당을 양쪽이 세우지 않았나. 그 시시비비를 가리고 개선 방안은 뭔지 고민하는 과정 없이 그냥 선거용으로 합당하는 거 아닌가.”
―어쨌든 합당하면 열린민주당이 합당 조건으로 제시한 ‘3선 초과 제한’ 조항도 작동되는 건가.
“그건 이제 국회법이나 당규를 바꿔야 한다. 그 조항 역시 개인적으로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다. 정치도 전문 영역이고 노장청이 어우러져야 한다. 그걸 3선으로 자른다는 건 너무 작위적이다. ‘정치 불신’에 편승해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이다.”
―지난 6월 ‘평등법’이라는 이름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런 법이 왜 필요한가?
“곳곳에 차별과 혐오, 심지어는 적개심 또는 불평등한 현실이 놓여 있다. 이를 개선하는 데 이 법이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 구성원들한테 내 행동이 차별, 혐오 또는 불평등을 자아내는 행위가 아닌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게 쌓이면 사회·문화적 운동의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제안된 지 14년이 지나도록 입법이 안 된 이유가 뭔가?
“일부 종교계가 반대를 넘어 이 법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창궐하고 질병에 노출된다는 등 터무니없는 말로 공포를 선전하고 있다. 검은 장막 뒤 괴물이 있다는 거다. 사실은 그 뒤에 아무것도 없는데. 그럼 방법이 뭐냐? 확 장막을 젖혀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거 없는 공포심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법안 발의 뒤 핍박은 없었나?
“얼마 전 한 목사님한테서 ‘요즘 전국의 목회자들이 이상민 의원을 악마로부터 구해달라고 기도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제가 답신했다. ‘목사님, 어쩐지 요즘 제 주위에 악마가 안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이재명 후보는 어떤 입장인가?
“처음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다가 지금은 ‘논의할 때가 됐다’는 정도다.”
―국회도 별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오늘 우리 당에서 저와 별도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권인숙 의원 등과 만났다. 법제사법위에서 빨리 공청회라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눴다. 현재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빼곤 국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절차부터 빨리 밟아야 한다.”
―선거철이고 해서 당 지도부로선 회피하고 싶은 과제이겠다.
“그럴수록 이런 부분에 담대하게 맞닥뜨려야 한다. 이것 때문에 사람이 죽고 많은 희생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럽 국가의 주한대사들은 한국 정도의 나라가 왜 이걸 통과시키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문명국가의 바로미터다.”
―올해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나?
“하고 싶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제가 국회의장이 되면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제 설정을 확실하게 해보고 싶다. 또 국회의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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