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1일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티브이 토론 참여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티브이 토론 실무회의에 국민의힘이 불참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실무회의 날짜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5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티브이 토론에 적극 나서겠다”며 입장을 바꾼 뒤 토론 성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이 (지난 10일) 티브이 토론을 위한 실무회의에 불참했다”며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토론장에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쪽은 <한국방송>이 제시한 토론 제안 일정 중 가장 빠른 18일에 응하겠다고 답을 했지만 윤 후보 쪽 실무자는 안 나왔다. 윤 후보 쪽은 (토론 참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토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방송사로부터 민주당이 참여한 실무회의 날짜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단장은 “민주당은 토론할 의향이 있다면 합동 방송 토론이라도 윤석열 후보는 제한이 없으니 오늘부터 즉각 협상에 임해주시기 바란다”며 “토론이 두려워 상대 함정 파고 기다리는 꼼수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민주당이 받은 ‘2022 대선 후보자 KBS 초청 토론 출연 요청’ 공문에는 각 후보 쪽 실무자가 참여하는 설명회가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고 명시돼 있는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정의당에 보낸 공문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지 않았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6일 각 당에 보낸 공문에는 실무협의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에서 좀더 구체적인 참여 의지를 보여 (추가로) 실무협의 날짜를 적은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실무협의 날짜가 없는 공문을 받았고 대신 전화로 18~19일 정도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구두로 참여 가능한 날짜를 전달했다”고 했다. ‘실무협의에 국민의힘이 불참했다’는 민주당 쪽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김은혜 단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케이비에스 쪽이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니 그때 안내하겠다고 해서 조율된 실무협상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민주당이 조율되지 않은 날짜에 굳이 케이비에스에 들어가 실무협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토론 회피하려고 하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함정”이라고 반박했다.
김 단장은 이날 “특정 방송사를 택한 토론보다는 양자 간 합의에 의한 대국민 공개 토론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지만 박찬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언론기관만 토론회를 주관할 수 있다”며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공직선거법 82조에서는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아닌 경우 방송사나 신문사 등 언론기관만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공식 선거운동은 오는 2월15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2월까지 15개 가까운 언론사의 토론 제안이 집중된 만큼 기다릴 필요가 없고 이번주라도 토론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미 민주당과 토론회 협상을 위한 접촉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송채경화 김해정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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