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입수 통화내용 보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선 황 비서 “간사가 막판 뒤집을 수”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직접 거명 20일 <한겨레>가 추가 입수한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을 보면, 김씨는 비서를 통해 지난해 9월25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정대택씨의 국감 증인 채택 건에 대해 문의했다. 앞서 9월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3차)에서 정대택씨 증인 채택은 가결됐고, 10월5일 경찰청 국감에 정씨의 출석이 예정된 상태였다. 9월25일 저녁 7시께 김씨는 이 기자에게 전화해 인사만 나눈 뒤 “비서”라고 부르는 황아무개씨를 바꿔줬다. ‘황 비서’는 “정대택 이 양반 출석한다고 해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면 좋겠냐”고 이씨에게 물었다. 정대택씨는 윤석열 후보의 장모이자 김씨의 모친인 최아무개씨와 18년째 법적 다툼을 진행하며, 김씨 관련 의혹, 최씨의 범법 의혹 등을 줄곧 제기해온 인물이다. 김씨는 ‘7시간 통화’에서 정씨를 수차례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나 욕을 한다. 국감 당시는 윤 후보의 장모 최씨가 요양병원 부정수급 사건으로 법정구속됐을 때다. 경찰청 국감에서 정씨 출석을 요구했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래 무혐의 불기소 처분되었던 것인데 다시 재판이 진행돼서 (최씨가) 법정구속되는 것을 보고 이전 사건들이 어떤 곡절이 있을 수 있다 판단하고 증인 신청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윤 후보로선 ‘처가 리스크’에 대한 불리한 발언이 예상되고, 정씨 또한 출석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9월 통화에서 증인 채택 경위를 묻는 ‘황 비서’에게 이 기자는 “여야 합의로 채택된 것”이라 증인 출석 번복은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황 비서는 국회 행안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완수 의원을 거론하며 “간사가 막판에 뒤집어질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주일 뒤인 10월2일 이 기자에게 “정대택 증인(채택)이 거부됐다”고 단정해 말했다. 국회 행안위 회의록을 보면, 정씨를 증인·참고인 명단에 포함시켜 합의 가결한 3차 회의(9월16일) 이후, 4차 회의(10월1일)까지 국민의힘 의원들 누구도 정씨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었다. 다음날인 10월3일 통화에서 “증인 철회가 되지 않았다”고 확인해주는 이 기자에게 김씨는 “취소 안 됐다고? 잠깐 끊어보세요. 제가 알아볼게요”라며 다급한 듯 통화를 끝내기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완수, 김도읍 의원이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황씨 비서 아닌 지인’ 주장 사태가 마무리된 국감 당일 저녁에도 김씨는 이 기자와 통화를 나눴다. 이 기자가 “오전에 이 건(증인 철회) 가지고 여야가 한시간 동안 싸웠다”고 하자 김씨는 “내가 벌써 얘기했잖아. 동생(이 기자)한테 정해졌다고. 뉴스는 그렇게 나왔는데, 이미 그거(증인 철회)는 조치가 되어 있던 것으로 우리는 여기서는 이미 취소시켰었던 상태였다. 이걸 통과시켜주면은 국민의힘이 너무 힘이 없어 보이지 않냐 그래서 취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취소시켰는데, 휴일(10월2~3일)이 있어 통보가 안 되었다”는 말도 했다. 국감 증인 채택은 여야 간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첨예한 문제다. 대기업 총수의 증인 출석이 종종 뉴스가 되듯, 이해관계자들의 ‘정치력’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증인 채택을 빼주는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져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케이티(KT) 이석채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씨처럼 출석 당일 증인 채택이 번복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건희씨 쪽에서 국정감사 증인 건으로 긴밀하게 이 기자와 의견을 나눈 이는 ‘황 비서’였다. 황씨가 국회나 국민의힘 쪽을 상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앞서 국민의힘은 ‘황 비서’의 존재를 묻는 <한겨레>에 “김건희씨는 수행비서가 없다”고 18일 답한 바 있다. 김씨가 “비서”라고 부른 황씨는, 김씨가 윤석열 후보와의 부부연을 맺어준 사람이라고 말했던 ‘무정스님’을 사내이사로 재직시켰던 ㄷ전기건업 사장의 아들이다. 국민의힘은 20일 <한겨레>에 “황씨는 수행원이 아니고, 지인일 뿐이고, (누가 통화했든) 지인이 몇차례 대신 통화했다고 해서 수행원이라 할 수도 없다”며 “(김건희씨 쪽에서) 이명수씨로부터 정대택 증인 채택된 사실을 듣고, 정대택이 평소 불륜설, 유흥접대부설 등을 퍼뜨린 사람이라는 점을 선거캠프에 알린 사실밖에 없다.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에 대하여 당 차원에서 증인 채택 문제를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알려왔다. 김완 장필수 김미나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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