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전면 폐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이익을 거둔 개인투자자에 대해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공약으로 보이지만, 실익은 큰손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자 공약을 올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주식거래가 큰 손이나 작은 손·일반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가 돼야 일반투자자도 수익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이번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증권거래세가 있는 상황에서 주식양도세까지 도입하면 이중과세가 된다는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는 양도세를 전제로 발표한 공약”이라며 “(이날 공약은) 증권거래세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양도세는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개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대주주 지분율이라든지 보유 금액 관계없이 양도세를 전면 폐지한다는 게 윤 후보의 입장”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국내 주식을 종목당 10억원을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에만 대주주 요건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역시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세법을 고쳐 대주주(종목당 10억원 이상)만을 상대로 한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을 확대해 2023년부터 개인투자자에게도 연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최대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소액 개미투자자들이 반발했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양도세가 신설되는 대신 증권거래세율이 현행 0.25%에서 0.15%로 낮아지고 주식양도차익은 50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개미투자자의 세 부담은 감소한다고 설명해왔다.
윤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이런 현 정부 방침을 뒤집는 것은 물론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마저 전면 폐지를 약속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대선 후보들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입을 닫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년부터 시행할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물론 대주주에 대한 과세마저 폐기하는 것이어서 불만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일곱자만 발표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할 계획이고 500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데, 이를 폐기하는 것은 형평성은 물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에 주식 양도차익으로 5천만원 이상을 얻는 투자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대주주마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득에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과도 어긋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주식 양도세는 일반 개미투자자와는 상관이 없어 없앨 경우 ‘큰 손’들만 이익을 볼 수 있고, 세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폐지는 쉽지 않다”며 “자세한 내용이 없어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납세기준을 바꿀 가능성이 큰데도 폐지라고 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너무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배당소득 등은 금융투자 소득에 의해서 종합 과세가 되게 된다”며 “오히려 양도세 과세로 투자자들이 외국시장으로 빠져나가면 그 피해로 한국 증시 자체의 추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개미투자자들이 막판 덤터기를 쓰게 된다. 이게 꼭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은 개미투자자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우리나라 증시가 상당 부분 올라갈 때까지는 증권 거래세만 남겨 놓고, 모든 기업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우리 증시가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 오게 되면 통상 종합과세 방식으로 설계하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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