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3일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첫 티브이(TV) 토론 시청률이 40%에 육박하며 1997년 대선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지만, 토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의 큰 득점·실점 요인이 없어 대선 구도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한 이번 토론회의 합계 시청률(39%)은 1997년 대선 때 시청률(55.7%) 이후 두번째로 높았다. 5년 전 촛불대선의 첫 토론 시청률은 22.1%에 그쳤고 박근혜(새누리당), 문재인(민주통합당), 이정희(통합진보당) 후보가 맞붙으며 화제를 일으켰던 2012년 첫 토론 시청률도 34.9%였다. 특히 티브이를 보는 가구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40%에 가까운 시청률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토론회가 끝난 3일 밤 10시 기준으로 토론을 생중계한 주요 유튜브 채널 동시접속자 수는 <문화방송> 25만6천명, <한국방송> 8만7천명, <에스비에스> 5만3천명, ’100분토론’(문화방송) 3만8천명, ’이재명 티브이’ 2만7천명, ’정치합시다’(한국방송) 1만5천명, ’윤석열 티브이’ 1만1천명이었다. 티브이와 유튜브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목이 첫 대선후보 토론에 쏠린 것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노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여서 유권자들에게는 (선택이) 굉장히 어려운 선거”라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는 단계로 나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4일 각 당은 저마다 후보들을 호평하며 치켜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냉정하게 토론 성과를 복기하며 2차 토론 준비에 착수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실용과 안정감,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지도자상을 보여주려고 한 기조를 토론회에서 잘 유지했다”면서도 “애초에 토론으로 크게 한 방이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준비한 게 많았는데 20~30%밖에 펼쳐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후보 컨디션이 안 좋아 조금 경직된 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추후 이어질 토론회에서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대통령 후보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청약 만점과 ‘아르이(RE)100’ 등 세부적인 정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수를 노출했지만 대장동 의혹을 소재로 이 후보를 몰아붙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이번 토론이 대선 구도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의 파괴력은 없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토론이 탐색전 수준에 그치면서 지지 후보를 바꿀 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의 생각만 오히려 더 확고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있을 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답변을 줄이고 질문을 늘리는 시간 배분 전략을 보완해 공격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연금개혁 의제를 던지고 다른 후보들의 개혁 동참을 이끌어 낸 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티브이 토론 사상 처음으로 후보 간에 합의를 이끌어내셨다. 안 후보가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떤 개혁 의지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선대본부 관계자는 “연금개혁 합의가 안 후보의 명확한 비전을 보여준 사례”라며 “네거티브보다는 비전 경쟁으로 안 후보가 양당 후보와 차별화된다는 전략을 밀고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가 ‘비호감’ 선거를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특히, 윤 후보로부터 부인 김건희씨의 ‘2차 피해 발언’에 사과를 이끌어낸 것은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판에서 여전히 양당 후보자들의 배우자 논란만 있는데 앞으로도 심 후보는 토론회에서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후보들의 ‘결정적 한방’은 없는 상황이어서 1차 티브이 토론이 곧바로 개별 후보들의 지지율 등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전반적으로 상대를 코너에 몰 정도의 한방이나 치명적인 말실수도 없었다”며 “전반적인 지지율 판세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후보 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2차 티브이 토론을 앞당길 수도 있다. 이미 확정된 티브이 토론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오는 21일 일정이지만, 한국기자협회는 오는 8일 토론을 제안했고 4당은 5일에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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