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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묘역서 흐느낀 이재명·결단력 띄운 윤석열…둘 다 ‘노무현과 접점’ 부각

등록 2022-02-06 16:49수정 2022-02-07 02:02

이재명, 서거 때 떠올리며 “참혹”
‘남부수도권 구상’ 공약 발표 등
균형발전 내세워 부울경에 구애

윤석열 강정마을서 노무현 언급
“반대 많았던 해군기지 건설 결단”
호감 드러내며 ‘외연 확장’ 모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접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여권 지지층 결속’을, 윤 후보는 ‘외연확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봉하마을을 방문한 건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 후보는 참배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연대기를 듣는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유해가 담긴 너럭바위 쪽으로 이동해 바위 위에 두손을 올린 채 무릎을 꿇고 10여초 간 흐느꼈다. 이 후보는 참배 후 묘역 입구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이곳을 보면 언제나 그 참혹했던 순간을 잊어버리기 어렵다”며 “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문재인의 꿈이고, 저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다. 3기 민주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한 것은 승계해서 진화된 새로운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 사저 앞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남부수도권 구상’을 발표했다. 영남·호남·제주를 남부수도권으로, 수도권·충청·강원을 중부수도권으로 묶어 2개의 초광역 단일경제권을 구성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겠다는 구상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국토균형발전을 정치적 상징성이 큰 봉하마을에서 발표해, 민주당 비주류의 한계를 넘어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란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 전 대통령을 앞세워 취약 지지층인 부산·울산·경남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공약을 발표한 자리에서도 “노무현 대통령님이 꿈꾸고 문재인 대통령님이 약속한 부·울·경 메가 시티의 중심으로 부산의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방분권은 노 전 대통령의 염원이었다”며 “노무현의 꿈을 이재명이 잇겠다는 의미를 강조해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한 것”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노 전 대통령이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내용이 담긴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 편지’라는 영상이 당 공식 유튜브채널인 ‘델리민주’에 올라갔다가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구현해 만든 영상이었지만 ‘고인을 모욕했다’는 비판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면서 영상을 올린 지 하루도 안 돼 내린 것이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은 민주당과 선대위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며, 지지자가 제작한 것을 게재한 것”이라며 “논란이 있어 삭제했고, 이와 관련해 송영길 당 대표가 해당 본부에 경고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실무진의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란 게 당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이 후보의 ‘노무현 끌어안기’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야당 후보로서는 이례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2007년 노 전 대통령께서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의 필수적 요소다. 무장과 평화가 함께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셨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후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저는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강조했다. 이후 윤 후보는 주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서 극구 반대하는 것을, 국익이라는 한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생각해보니까 잠시 제가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입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적극 표시해 중도층을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하며 호남 민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윤 후보는 “광주와 호남은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시대가 나아갈 길을 밝히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며 “이곳 광주, 호남에서 대한민국의 정치혁명을 이뤄낼 수 있게 해달라”로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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