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정의당)·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대 대선 두번째 대선후보 4인 티브이(TV) 토론회가 11일 성사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이 일정뿐 아니라 토론 주제, 사회자, 주최측 등 사안마다 딴지를 걸며 8일 개최를 무산시킨 이후, 기자협회가 11일 토론회 개최를 새롭게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의 ‘침대 축구’(고의적 방해) 행태를 강하게 성토하면서도 11일 토론 참여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각 당과 기자협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자협회는 6일 오전 4개 정당에 11일 토론회 개최를 새롭게 제안했다. 전날 실무협상에서 8일 토론회 개최가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기자협회는 애초 협회와 <제이티비시>(JTBC) 주최 형태로 하려던 계획을 바꿔, 협회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곳이 함께 주최하겠다고도 했다.
토론회를 주최하는 한국기자협회와 이를 중계하는 <제이티비시>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8일로 예정됐던 두번째 4자 토론을 거부했던 국민의힘도 일단 11일 토론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티브이토론 협상단장은 입장문을 내어 “윤석열 후보는 11일 토론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방송토론콘텐츠 단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열려 있다”며 11일 참석 가능성을 내비쳤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일체의 조건을 토론 주최 측과 방송사에 백지위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 11일 토론회 이전에, 국민의힘이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당에 돌린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막판까지 신경전이 예상된다. 성 의원이 입장문에서 ‘안철수 후보 쪽이 관훈토론(8일) 일정을 이유로 4자 토론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를 타진했고 이를 국민의힘이 수용했다’며 8일 토론회 협상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당 쪽으로 돌린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후보 역시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 쪽이 이틀 정도 연기를 요청했다. 저희는 10일이면 좋겠다 했고 민주당이 ‘10일은 사정이 있다. 11일로 하자’고 해서 합의가 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입장문을 내어 “8일로 예정된 관훈토론 때문에 일정 변경이 가능한지 타진했지만, 기자협회·방송사·타당에서 어려움을 표해 8일을 즉각 받아들인 바 있다”고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물론 주최측인 기자협회도 8일 토론회가 불발된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힘 탓이라고 한입으로 성토했다. 협상 참석자들은 룰 미팅 당시 국민의힘이 토론회 날짜를 바꾸기 위해 날짜뿐 아니라 토론 주제, 사회자, 주최 측 등 갖가지 조건마다 딴지를 걸며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먼저, 토론회를 중계하는 제이티비시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다가, 윤 후보의 제주도 유세 일정(7일) 직후인 8일 토론을 하기엔 ‘건강상 어려움’이 있다며 사흘가량 늦은 개최를 요구했다는 게 협상에 참가한 이들의 얘기다. 협상 참가자들은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지난 1차 티브이 토론 때 이미 토론한 부동산과 외교안보를 주제로 이번에도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청년 대책과 코로나19 방역을 주제로 토론하자는 다른 당과 맞섰으며 막바지에는 기자협회가 민주당에 편향돼 있다는 주장까지 꺼냈다는 설명이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 날짜를 정할 때 도사들 조언을 받는지, 참 우리가 볼 때 쓴웃음 나는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심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는 뭐가 그렇게 안 되는 것이 많은가”라며 “매번 조건 가지고 밖에서 힘겨루기 하지 말고 당당하게 백지 위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도 입장문을 내어 “윤 후보와 국민의힘 쪽이 토론회 불발 책임 소재를 놓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제기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당시 실무협상 회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일정 변경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사실이나,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대의명분에 공감해 8일 원안 진행에 동의했다”며 “최종 협상 결렬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주제와 형식을 정해야 하는 룰 미팅 도중에 돌연 주최 측과 방송사 변경, 토론회 날짜까지 바꾸자는 무리한 요구를 했고, 이로 인해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