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여야가 추경 규모를 35조로 합의하면 정부가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 부총리가 ‘여야가 증액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에 합의하면 정부도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김부겸 총리와도 엇박자를 낸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정을 맡고 있는 제가 (정치권의 증액안을) 어떻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중에 나왔다. 강 의원은 최근 홍 부총리가 여야가 추경 증액에 합의하더라도 정부는 동의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것을 겨냥해 “행정부 각료가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현 정부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따졌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왜 민주주의 부정이라고 말씀하시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여야가 합의할 수도 있지만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가 받아들여야 하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예전처럼 정부가 제출한 규모(14조원)에서 감액 논의를 할 수는 있지만, 여야가 일방적으로 합의해서 35조나 50조를 받아들이라고 하면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것이 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맞섰다. 정부는 예산 편성권을 갖고, 국회는 심의 뒤 이를 확정한다. 하지만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때는 행정부(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어, 정부의 예산 권한이 과도하다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이런 헌법 규정에 따른 항변이었다.
예산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갈등은 그동안 당·정협의 등을 통해 조율됐지만 대선을 앞둔 임기 말 이런 기능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함께 참석한 김부겸 총리의 생각과도 차이가 크다. 김 총리는 이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고민 끝에 (증액안을) 내놓는다면 정부가 적극 함께 논의에 참여하겠다”며 “물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 뻔한 규모로는 (증액) 할 수 없지만, 올해 쓸 예산에서 줄이자고 제안해주시면 정부도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