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대 대선 후보자 등록 마감(14일)을 일주일 앞둔 7일 국민의힘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윤석열 후보는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단일화 카드를 언급했고, 전날까지 단일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완주 의사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론’을 확고히 하기 위해 단일화 카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배제할 생각이 없다. (윤석열) 후보가 핵심적으로 관여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입장문을 통해 “선대본부가 후보 단일화에 대해 거론한 적이 없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바도 없다”고 밝힌 그의 태도가 하루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권 본부장의 발언은 윤 후보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 4일 진행한 이 인터뷰에서 1997년 디제이피(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 바람직한 단일화 모델로 제시하는 등 공동정부를 목표로 한 담판 형식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동안 “단일화 언급 자체가 안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발언을 자재해온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논의를 통한 ‘톱다운 방식’의 단일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그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국민의힘은 ‘단일화 이슈’가 윤 후보에게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각종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구실을 해 유권자의 시선을 국민의힘에 묶어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정권 교체론을 확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단일화=정권교체’를 강조하면서 자연스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각하려는 현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윤 후보가 이 후보에 견줘 비교 열세에 있는 후보 자질론을 정권 교체론으로 대체하는 효과는 물론 윤 후보가 야권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단일화는 절대 불가’라고 선을 그으면서 우리끼리 잘할 수 있다는 이미지로 가면 오히려 오만해 보일 수 있다”며 “야권 분열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이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에 대한 구체적 방안까지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후보 등록까지 시간이 없다면서 “여론조사 방식을 배제하고 후보 간 담판이나 두 당 지도부 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식 전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은 “공동정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투표용지 인쇄 시점인 27일까지도 단일화 논의는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발 단일화론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안 후보는 “어제는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단일화가) 된다고 하느냐. 이런 문제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쪽은 연일 ‘완주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적 실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당선 가능성이 확연히 낮은데다, 대선에 임박할 수록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해 안 후보의 득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다는 점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에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모양새로 이어질 경우, 향후 야권 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정치 공학적으로 단일화를 인위적으로 시도해보려고 하는 의도다. 우리 캠프에서 공식적 차원에서 ‘단일화’는 금기어”라며 “단일화 군불 때기에 대한 저희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국민의당 인사는 “후보가 완주 의지가 강하다”면서도 “후보가 결정할 일”이라고 가능성을 접지 않았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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