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1일 상대편 대선 후보 배우자에 제기된 의혹들을 두고 고발을 주고 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종범이 아니라 주범”이라고 공세를 퍼부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상대로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과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박주민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등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전모가 언론보도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그동안 ‘사실이 아니다’, ‘손해만 봤다’며 국민을 기만한 윤 후보와 김씨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윤 후보와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등 총 8명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선 후보 사퇴 촉구와 부인 김건희 구속 촉구''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자리에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특히 윤 후보가 지난해 12월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제 처는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아무개씨라는 분에게 증권 계좌 거래 오더(주문)를 내릴 권한만 준 것”이라며 “이씨가 관여한 기간에 주식을 사고판 거래 일자가 며칠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조금 비쌀 때 사서 쌀 때 매각한 것이 많아서 나중에 수천만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사람(이아무개씨)이 전문가는 아니구나 해서 4∼5달만에 돈을 전부 인출했다고 들었다”고 했었다. 윤 후보가 언급한 이아무개씨는 2010년 1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이른바 ‘선수’ 역할을 한 혐의로 구속된 인사다. 그동안 윤 후보는 김씨가 이씨에게 10억원이 등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잠시 맡겼을 뿐이고, 계좌를 회수한 2010년 5월 이후에는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9일 <한국방송>(KBS)이 김씨가 가진 다른 증권 계좌들을 통해 2012년 11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가 빈번하게 이어졌고, 이를 검찰이 파악했다는 보도를 하며 허위 발언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 발언은 거짓말이고 심지어 김씨 주가조작은 은폐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며 “함께 고발한 이양수, 김재원, 최지현, 김병민, 전주혜, 최지현, 최은석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논평 또는 기자회견을 실시해야 했는데도 윤 후보와 공모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라고 주장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주가조작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김씨는 검찰 소환조사조차 불응하며 치외법권에 숨어있다”며 “당장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형동(오른쪽부터), 유상범, 최춘식 의원이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 전 경기도청 사무관 배모 씨 등에 대한 직권남용, 국고손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객안내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같은 날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전 경기도청 5급 사무관 배아무개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김씨, 배씨를 대검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유상범·최춘식·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부부의 공무원 공무비 사태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5급 공무원, 7급 공무원을 공직 임명하고 나서 김혜경씨의 사적 생활을 지원하는 집사로 역할을 한 것은 그 자체로 직권남용”이라며 “소고기 4팩을 사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건이 밝혀진 이후 모 언론에서 10곳의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고 그 대금을 모두 경기도 법인카드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같은 국고 손실 및 업무 횡령 행위 또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만 파악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 후보가 전직 성남시장으로서 자신이 가진 재산과 금고, 충분히 쓸 돈이 있었음에도 속이고 썼다는 것은 횡령”이라며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이 사태를 좌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한 부서만 동원된 게 아니고 경기도 내 몇몇 부서가 기획적으로 분담됐지 않느냐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거대한 국고를 탐한 그런 죄”라고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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