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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철수발 ‘야권 단일화’ 급부상…막판 변수로 대선판 요동

등록 2022-02-13 19:31수정 2022-02-14 02:02

안 “여론조사 방식 국민경선을”
윤석열 “방식 아쉬워” 담판 선호
당도 “야권 분열 우려” 거부 밝혀
단일화 놓고 신경전 치열할 듯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아래)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아래)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윤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추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따라 선거일을 20여일 앞둔 대선판이 막판까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어 “먼저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국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주장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자신이 합의했던 여론조사 방식을 거론하며 “그때 합의한 방식과 문항이 있다. 따라서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님 말씀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매듭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고, 적합도와 경쟁력을 각각 묻고 합산하는 방식의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정하자는 것이다.

‘후보 간 담판’ 방식의 단일화를 요구했던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에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하신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제안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낸 것이다.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제안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아쉽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했고, ‘안 후보와 직접 만날 거냐’는 질문에는 “말씀을 다 드렸다”며 확답을 피했다. 여론조사 방식을 당장 수용할 수는 없지만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여론조사 방식을 거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선택 가능성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사실상 안 후보의 양보를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도 호남을 순회 중인 ‘열정열차’ 안에서 간담회를 열어 “우리 후보가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지도자의 결단에 따른 포기와 지지 선언이 아닌 이상 시너지가 날 리 없다”며 안 후보의 ‘결단’을 거듭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간 담판 형식을 선호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초박빙 경쟁이 이어지는 한 최소한의 양보를 전제로 한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에서 안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만 고집하는 게 아전인수이기는 하지만,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큰 상황에서 협상 끝에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가 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야권 지지층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 압박이 크기 때문에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 모두 단일화 성사를 위해 서로 내줄 것은 내주며 합의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날 양쪽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건 안부 전화의 내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25분께 “윤석열 후보는 오늘 오후 안철수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고 알렸다.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에는 부정적 입장이지만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그러자 30분 뒤 국민의당은 “금일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로부터 문자와 전화 연락을 받았다. 다만 연락의 내용은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의 건강을 걱정하고 위로를 전하는 내용이었으며 그 외의 내용은 일체 없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고, 윤 후보와는 직접 통화했지만, 단일화 협상 상대인 윤 후보와 내밀한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꼭 여론조사가 아니어도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길 바라는 윤 후보와 여론조사를 수용해야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안 후보의 입장이 첫날부터 가볍게 부딪친 셈이다.

일단 양쪽이 단일화 필요성에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단일화를 두고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 등을 두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단일화 방식뿐 아니라 단일화 이후 ‘지분’ 분배도 뇌관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일화 방식도 쉽게 합의될 문제가 아니지만, 윤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어떻게 지분 분배를 할지 합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두 후보가 모두 이날 후보 등록을 마친 만큼 단일화 1차 마감일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 2차는 사전투표일인 3월4일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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