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선거 유세버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안 후보는 김해로 내려가 역시 유세버스 안에서 숨진 버스 운전기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사흘째 선거 유세를 전면 중단한 채 유세차 사망사고 희생자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안 후보는 이르면 이번 주말 선거운동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한 가운데 사고 책임에 대한 수사까지 겹치면서, 윤 후보 쪽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지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17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거대책위원장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손 위원장과 또다른 사망자인 운전기사의 발인이 각각 18일, 19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국민의당 관계자는 “발인 때까지는 장례 절차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발인이 끝나고 이번 주말부터는 선거운동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오는 21일로 예정된 법정 티브이(TV) 토론에는 참석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원만히 사고 수습을 마치고 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심지어 안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경우, 적합도와 경쟁력 조사에서 모두 큰 격차로 밀린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야권 후보 경쟁력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한 결과, 윤 후보(59%)가 안 후보(24%)를 무려 35%포인트 격차로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안 후보(36%)는 윤 후보(43%)에게 오차범위 밖인 7%포인트나 밀리면서, 향후 단일화 협상도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윤 후보가 전날 직접 조문에 나선 뒤, 국민의힘 쪽에선 상 중인 만큼 지금은 단일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날 이뤄진 두 후보의 ‘25분 빈소 회동’이 단일화 논의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기간 중에 후보끼리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많은데, 대화를 나눴다는 것 자체로 앞으로 훨씬 소통이 잘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단일화의)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여전히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만남에서) 조문을 제외한 딱히 정치적인 의제에 대한 것들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저희 후보가 이 사안에 대해서 (여론조사 방식은 안 된다고) 명확히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의 결단에 따른 사퇴나 이후 지지 선언 정도만 언급하지 따로 협상 이런 걸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대표는 대선주자급 인사이기에 ‘뭐를 보장해준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아니다”라며 “저도 여러 가지 고민이 있지만 지금 국민의당이 안타까운 일을 겪는 상황이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에는 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여전히 ‘자진 사퇴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중에 선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으로 당이 좋지 않은 상황인 건 사실이지만, 선거를 돕다 숨진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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