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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민의힘 공식 논평만 3차례…‘기축통화’ 도대체 뭐길래

등록 2022-02-22 17:46수정 2022-02-23 02:02

이재명 ‘기축통화국’ 발언에
국힘 “경제대통령 능력있나”
전문가들 “가능성 매우 낮다”
민주 “단어 꼬투리 발목잡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가 열린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가 열린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22일 전날 티브이(TV)토론에서 우리나라의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을 언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기본 경제 지식도 없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 후보의 슬로건인 ‘유능한 경제 대통령’과 해당 발언의 부조화를 부각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는 이 후보의 ‘경제 해결 능력’ ‘국정 운영 능력’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힘, ‘이재명 기축통화국론’ 비판 공식 논평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참 허황된 얘기”라며 “국채 발행 자체가 과도하다는 점을 억지로 변명하기 위해 한 것치고 근거가 너무 박약하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경제 지식은 정말 허경영 씨만큼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기축통화가 경기도 지역화폐인 줄 아는 것인지 그 정도 경제 지식으로 경제를 다뤘다가는 나라 참 거덜 내겠다”라고 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이 전 세계에 천문학적 돈을 뿌리고 영향력을 휘두르며 애를 써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기축통화 편입”이라며 “대선을 2주 앞둔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이날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편입 발언을 반박하는 3개의 논평을 잇달아 발표하며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 “희망으로 포장해 지옥으로 인도할 위험한 후보임을 자인한 것”,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를 더욱 늘려도 된다는 주장을 하는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가부채 급증으로 외환위기와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하여 망국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혜 공보단장도 별도의 공지를 통해 “경제 대통령 되겠다 큰소리치시던 후보가 기축통화와 같은 경제의 기본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계시더라”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발언, 전경련 자료 인용…“‘과도한 해석’ 수용” 평가  

이 후보는 전날 티브이 토론회에서 나랏빚을 늘려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련 질문을 받고 “아이엠에프(IMF)나 국제기구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채 비율이) 85%까지 적절하다고 한다. 지금은 매우 낮아서 충분히 여력이 있다”며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안 된다는 반박이 있는데 우리는 이미 경제 대국이고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과 개념이 혼재돼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통상 기축통화는 국제 거래에서 중심이 되는 통화를 가리키며 미국의 달러화만 인정하는 시각이 다수다. 한국은행도 경제용어 사전에 “20세기 초반까지는 세계 금융 경제의 중심이었던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 국제 거래에 주로 이용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 세계 외환거래 및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한은도 기축통화 단수설에 서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기축통화론의 근거로 제시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보도자료에서는 기축통화를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다. 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 5개 통화를 지칭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런 ‘넓은 정의’에 공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은 조사국장 출신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이엠에프 에스디아르와 기축통화는 완전히 별개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도 이재명 후보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22일 추가 자료를 내어 “원화가 에스디아르에 편입된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후보가 전경련의 과도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축통화론’을 주장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국가채무 여력 설명…발목잡기 그만하라”

일하는 대통령·경제 대통령 등 이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을 앞세워 온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쪽의 말꼬리 잡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지난 5년 동안 굉장히 많이 커진 건 사실”이라며 “채무 문제,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기축통화까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통인 채이배 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축통화 단어를 하나 붙들고 논란거리를 부추기는 모양새”라며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고, 재정 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복지 확대 노력에 재정 건전성 운운하며 발목잡기 좀 그만하라. 논쟁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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