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워주신 윤석열, 목포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유세에서 두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목포/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아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에 가깝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추구하는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며 호남 민심을 파고들었다.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이재명 민주당’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구분지으며 민주당 이탈층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남 목포역 유세에서 ‘김대중’이라는 이름을 15차례나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께서 1998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다고 했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늘 강조했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했다”며 존경의 뜻을 나타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이 그동안 부족한 점이 많고,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많이 있어서 국민들로부터 여러 차례 심판을 받았다”고 반성하면서도 “그런데 지난 5년 동안에 민주당 정권의 외교안보·경제·정치 보지 않았나. 이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디엔에이(DNA)가 담긴 민주당이 맞냐”며 날을 세웠다.
윤 후보는 이어 “우리 목포시민 여러분께서 이번 3월 9일 부패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해주신다면 저와 국민의힘은 양식있고 존경받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고 이 나라의 경제발전과 목포의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양식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과의 협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정치 보복, 호남 홀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목포역에 모인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빨간 풍선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지만 ‘촛불국민을 사법처리 하실 겁니까’ ‘선제타격 발언 규탄’ 등의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윤석열 나가라”며 항의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의도행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목포/공동취재사진
윤 후보는 목포역 유세 뒤 김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위해 전남 신안군 하의도로 이동했다. 윤 후보의 김대중 생가 방문에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전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윤 후보가) 색깔론이라는 칼을 꺼내 손에 들고, 오늘 의기양양하게 김대중 대통령님의 생가를 방문한다”며 “하늘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님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안무치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80년대 좌파 사회혁명 이념으로 무장된 운동권 정권”이라는 등의 색깔론으로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윤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첫 정무수석이었던 문 상임고문은 “어둡고 엄혹했던 시기 권력자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가 김대중 대통령님”이라며 “정치보복을 공언하더니 급기야 무덤 속에 있어야 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망령까지 또다시 끌어냈다”고 덧붙였다.
목포/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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