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하는 2차 정치분야 토론회에 앞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두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서로의 안보관을 두고 맞붙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에스비에스>(SBS) 상암 공개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남북 관계와 외교 안보 정책’ 주제가 나오자 이 후보와 거친 발언을 주고받았다. 먼저 이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윤 후보에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윤 후보께서 새롭게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가야 한다면서 내세운 두 가지가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들어 있다”며 “그런 게 많으시다. 이미 구직 앱이 있는데 구직 앱을 만들겠다고 한다. 하고 있는 걸 왜 또 하느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즉각 “안보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포괄적인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씀 드린 것”이라며 “제가 꼭 새로운 이론을 공약으로 내야 하나”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미 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하라’고 주장하신 것도 봤다”며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고 들어보셨나”라고 도발했다. 윤 후보는 즉각 “정상적인 질문을 하시라. 팩트에 근거해서”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정부는 당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비상시 항공편 대비 등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양쪽은 토론이 진행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 전쟁은 정치인들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것은 젊은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6개월된 초보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 가입해주지 않는데 가입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해 충돌했다”고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주장하는) 선제 타격은 전쟁 개시인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있으니 (발언을) 철회할 생각은 없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는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는 듯하다”고 반격했다. 윤 후보는 “평화는 억지력이 있어야 하고 선제 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의지를 보여야 전쟁을 예방한다”며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를 갖고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또한 “이 후보께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터지니까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 일이고 우리하고 무관한 일이라고 처음에 말했다”며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하지만,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안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있는 것 아닌가”라고 역공을 시도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정말 거짓말을 아주 자주 하는 것 같다. 제가 드린 말씀은 ‘먼 나라 일인데 우리나라의 주가가 떨어질 만큼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이 후보는 또 “(윤 후보가)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말을 세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대비는 철저히 하면서도 외교적으로 소통·협의를 잘하며 관리해야지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느냐. 그걸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극초음속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씀을 하셔서 군통수권자와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윤 후보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자신의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공약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질문하자 “확장억제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든가 또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배치한 전술핵 등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곧장 안 후보는 “전략핵이 아니라 전술핵이라고 말씀하셨나”라고 되물었다. 윤 후보가 언급한 아이시비엠은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그는 “저는 한반도에는 전술핵을 반입하지 않으면서 오키나와, 괌에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협정을 맺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 본토에 있는 아이시비엠을 쓰자는 말이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윤 후보가 “필요하면 엠디(MD·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자, “역대 어느 정부도 참여를 안 했다.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가 ‘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데 전략적 균형을 흔드는 발언을 막 하고 계시다”고 지적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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