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저녁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열린 ‘행복도시 울산, 탄소중립·그린에너지 신산업 수도로’ 유세에서 한 노동자에게 받은 용접장갑을 낀 채 손을 흔들고 있다. 울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 이어 12일 만에 다시 피케이(PK·부산경남)를 찾아, 다음달 말 종료되는 대출만기 연장을 약속하는 등 ‘소상공인 공약 보따리’를 풀어놨다. ‘피케이’와 ‘소상공인’을 잡으면 이번 대선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부울경 득표율 목표를 “40%”로 잡았다.
이 후보는 부산 집중 유세에서 “이곳이 바로 김영삼, 노무현 그리고 걸출한 문재인 대통령을, 큰 정치인을 만든 부산 맞죠”라며 “새로운 세상 만들 준비 됐나, 됐나, 됐나”라며 부산 사투리를 써가며 호응을 유도했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단기간에 성남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 대통령 선거 불려 나왔다. 2년 만에 경기도 최고의 도로 만들었고, 3년 만에 130조 (기업)투자 유치했다”며 “부산 그 정도 했으면 디비졌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이 “부산 좀 살려주이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남부권을 ‘제2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남부수도권 구상을 밝히며 “팍팍 찍어주세요”라고 재차 호소했다.
특히 경남 양산 유세에서는 ‘어게인 2012, 꿈은 이루어진다.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적힌 노랏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지목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그는 “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우리 부부가 찾아 인사드리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얼마 전에 뵀을 때 권 여사가 ‘젊을 때 우리 남편 닮았다’고 하더라”며 “제가 어떻게 그분을 닮을 수 있겠냐. 권 여사가 보니까 (제가) 불쌍해 보여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경남 양산시 이마트 양산점 앞에서 열린 ‘5대강국 진입의 시작, 남부수도권의 핵심 부울경메가시티 완성!’ 양산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양산/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양산은) 존경하는 문 대통령이 훌륭하게 대통령 직무를 완수하고 되돌아올 것 아니냐”며 “여러분 복 받으셨다. 그러나 다시는 정치보복으로 누군가 슬프게 하는 그런 일 생겨선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올해 첫날, 공식 선거운동 첫날 등 주요 시기마다 부울경을 찾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이 수도권에 이어 가장 유권자가 많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승리가 ‘굳어진 후보’는 아직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는 32%,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3%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 전보다 이 후보는 5%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5%포인트 하락했다.
이 후보는 특히 가는 곳마다 소상공인 언급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창원 성산구 상남분수광장 앞 유세에서 “국가의 방역에 참여하면 오히려 손해 아니라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 확실히 만들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금융구제 지원방안’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3월 말 종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국가인수 관리 △‘신용대사면’ 통한 채무 부담 대폭 완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고정비에 사용했다는 것을 증빙하면 원리금에서 탕감하는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도입 등을 직접 약속했다.
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이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뒤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더 기울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자영업자 계층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와 같은 41%였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37%를 기록했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부산 민심은 윤 후보에게도 흔쾌하지 않고 부동층이 많다. 물론 이 후보도 비호감이지만, 말은 시원시원하게 잘한다는 평가가 크다”며 “그만큼 정성을 들이면 들인 만큼 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서 추경이 통과된 데 대한 반응이 괜찮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대위 관계자도 “부울경이 해볼만하다고 보고, 내부 목표를 40%로 잡고 있다. 충분히 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창원·부산·양산/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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