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지지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이 임박하면서 진영을 넘나드는 ‘초월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손을 맞잡고, 검찰개혁 집회를 주도했던 친문 단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하는 등 ‘평행우주’를 방불케 하는 이례적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 쪽은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동서통합을 통한 평화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영호남통합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단연코 이재명 후보라고 확신한다”며 지지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 후보가) 시대정신과 함께 저희가 준비해온 ‘정치교체’와 ‘체제교체’에 필요한 새 가치관과 신한반도평화체제의 문제를 흔쾌히 수용해주셨다. 통합과 통일은 민심이자 천심”이라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이사장은 전날 코로나19 확진으로 이날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총괄특보단 고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국민의힘 홍준표 경선 캠프의 표철수 언론방송특보도 민주당 선대위에 언론혁신특보단장으로 합류했다. 홍준표 서포터즈 지역 대표와 청년특보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반대 사례도 적지 않다. 친문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를 외치며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주장했던 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윤석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비서실장도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윤 후보 편에 섰다.
지지자들의 이런 ‘월경’은 진영 내부에서 봉합되지 못한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두번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 세력과 반목하며 당내 강성 지지층의 ‘비토 정서’가 여전하다. 윤 후보도 문재인 정부가 발탁한 검찰총장으로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원죄’가 있다. 예측불허 대선 판세가 지속되면서 진영 내부의 구심력보다 상대 진영으로의 원심력이 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표라도 더 긁어모으려는 양당의 포섭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삭줍기’가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적과 동지를 갈라치기 하는 진영정치의 극심한 폐해가 내부 이탈자들의 귀순과 정치의 몰상식화를 가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진영 정치가 낳은 유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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