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며 야권 단일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단일화 파장 속에서 대선 핵심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서울 일대를 돌며 단일화 파급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왕이 지배하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니 존중하라고 했다”며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는 강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명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해서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야권 단일화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민적 지지로 단일화 파고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후보 지지대열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공개 유세에 나선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당 후보도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따르겠느냐, 아니면 야합을 따르겠느냐”며 목소리를 보탰다.
이 후보는 앞서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한 유세에서도 “세상의 잔파도는 많다. 그러나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 지성이 바로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를 ‘잔파도’에 빗대 평가절하며 지지를 거듭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로 유세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기도 했다. 수도권 부동층 공략을 위해서다. 이 후보는 “치안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불안을 느낀다”며 “성범죄로부터 여성의 일상을 확실히 지키겠다. 성범죄, 스토킹 피해자들이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보호받고 더 안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에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진행된 서울 강서·금천 유세에서는 ‘부동산’을 화두로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큰 수도권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이 후보는 강서 발산역 유세에서 “민주당이 여러분께 부동산 때문에 고생시킨 것을 알고 있다”며 “저는 시장주의자고, 실용주의자다. 시장이 주택이 부족하다 하면 추가 공급하고,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만들어진 가격은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갑자기 집값이 올라서 세금이 팍 오르면 안 된다. 단계적으로 철저히 올려가겠다”며 “재건축 재개발도 층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안전진단(기준도) 완화해서 좀 더 깨끗하고 큰 집을 살겠다 하는 소망을 확실히 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뒤이은 금천 가산디지털다지 유세에서도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필요한 사람이 주거용으로 워하는 만큼 얼마든지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며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