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청년들과 대선 후보 캠프가 <한겨레> ‘청년 5일장’에서 진행한 7주간의 온라인 토론이 끝났습니다. 대선 시기에 유권자와 후보 캠프가 두 달에 걸쳐 직접 토론을 이어간 첫 시도가 열띤 토론 끝에 마무리된 것입니다. ‘청년 5일장’의 마지막 주제는 ‘차기 정부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청년 세대가 다음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정치권은 이번 대선 ‘캐스팅 보터’로 분류된 청년 세대를 향해 젠더와 주거 문제 등으로 갈라치기를 하며 표 계산을 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한겨레>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청년 5일장’ 차기 정부 과제 토론에서 청년들은 정치개혁과 혐오 문제, 코로나19 지원 등에 대해 여러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 가운데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해서 오유신씨는 “지방·수도권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집값, 일자리, 환경오염, 삶의 질 등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대선 후보들은 당장의 불만과 관심이 높은 주택 공급 확대나 디지털 전환, 그린 산업 육성 같은 것만 이야기한다.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표석씨도 “수도권 집중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청년들 사이에 많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승욱씨는 “청년 문제, 일자리 문제, 세대 갈등, 부동산 문제, 젠더 이슈 등 다양한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두개의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대선거구제 개혁 등을 제안했습니다. 주정용씨도 정치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들며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을 강제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더이상 이런 체제로는 한국의 상황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젠더 교육을 최대한 이른 시기부터 공적교육에 포함시키자”, “최우선 과제는 혐오와 갈등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강남규씨는 다음 정부의 과제로 “토론할 수 있는 사회를 재구축 하는 일”로 꼽고 “정부의 모든 정책을 사회적 연대의 시선으로 재평가하고 재설계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청년들은 <한겨레> 온라인 토론장 ‘청년 5일장’ 6차 마지막 토론에서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에 관한 자신들의 의견을 남겼다.
“자유롭고 활발하게 토론할 때 사회는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강남규)이라는 후기를 남긴 채 ‘청년 5일장’은 7주(설연휴 포함)에 걸친 토론을 마쳤습니다. <한겨레>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청년들이 삶과 직결된 문제(정책)들을 대선 후보 캠프와 직접 토론해보자는 취지로 ‘청년 5일장’을 열었습니다. 온라인 공론장의 긍정적 기능을 복원해보겠다는 목표였습니다. 매주 토론주제가 바뀌었고, 총 6개의 주제(청년 주거-주 4일제-연금 개혁-한중 관계-청년 일자리-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를 두고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110여명의 청년들이 사전에 토론 참여의사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등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들도 토론 댓글에 참여했습니다. 외교안보전문 뉴스레터 ‘델타월딩’과 청년유니온도 한 차례씩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 등 대선 후보들도 직접 토론 댓글을 남기며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청년 주거’ 토론에서 “주거정책으로만 청년의 삶을 바꿀 수는 없기에 일자리 정책, 교육정책, 지역균형발전 등 다양한 정책의 연계로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주4일제’ 토론에서 “일부 대기업 정규직이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노동과 중소기업에도 주4일제에 상응하는 휴식과 자기계발의 시간과 권리가 주어지도록 함께 추진하겠다”며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습니다.
여섯 번의 토론에 모두 참여한 손민석씨는 “온라인 토론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게 상대를 비난하고 욕설하는 부분인데, 청년 5일장에선 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진지한 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온라인 공론장의 가능성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토론에 참여한 권지웅 민주당 청년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도 “시민들이 캠프와 토론을 통해 공약(정책)이 어떠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능감 있는 토론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토론 참여자들은 6번째 토론까지 마친 뒤 ‘가장 의미있게 진행된 토론’으로 ‘청년 지옥고, 기본주택으로 해결하자’와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를 많이 꼽았습니다.
‘청년 5일장’은 ‘메타버스’로 정치 공론장을 확대하는 시도도 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메타버스 토론에선 청년과 캠프 관계자 등 50여명이 모여 예정 시간을 30분 넘기며 2시간 동안 청년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언론사가 대선 기간에 메타버스 공간에서 유권자와 후보 캠프가 직접 만나는 토론장을 연 것은 처음 있는 시도였습니다. 메타버스 토론에는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온라인 공론장 복원을 내세웠던 ‘청년 5일장’이 폭넓은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과제도 남겼습니다. 4차 토론 주제 ‘한중 관계’와 5차 토론 ‘청년 일자리’에선 모두 5만자 안팎의 글들이 쏟아지며 토론을 뜨겁게 달궜지만, ‘청년 5일장’ 참가 뜻을 밝힌 청년들 대부분이 댓글 토론에 참여하는 토론으로 확대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수연 정의당 정책 담당자는 “얼굴을 보며 토론한 메타버스 토론도 인상적이었고 청년들이 댓글로도 이렇게 구체적인 문제를 짚는 토론을 나눌 수 있다는데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이런 기획을 통해 좀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민의 의견들을 실제로 반영하거나 구현하는데 있어 흐지부지 되는 경험들이 있는데, 정당들이 이런 (토론)과정에서 정리된 과제는 누가 (당선)되든 실현시켜보자는 전제를 가지고 토론해보면 의미가 더욱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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