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선거일을 하루 앞둔 8일까지도 ‘야권 단일화’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했던 표심의 향배는 여전히 논쟁적인 문제다. 민주당은 ‘명분 없는 단일화’에 대한 역풍을 기대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국민 통합’ 메시지가 강조된 플러스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3일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고 4일부터 실시되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상황이어서 후보 단일화가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단, 단일화를 가상한 ‘3자 대결’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오차범위 안 초접전을 이루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안 대표를 지지했던 표는 윤 후보에게 26~44%, 이 후보에게 25~36% 옮겨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론조사 흐름과 비슷하게 안 대표 지지층의 표심이 분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야권 단일화 이후 안철수 대표의 지지층은 7대 3이나 6대 4 정도로 윤 후보에게 더 많이 갔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단일화 시너지를 윤 후보가 모두 가져가기보다는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무래도 윤 후보 쪽으로 더 많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 직후 실시된 사전투표가 최고치를 기록한 현상이 단일화에 대한 역풍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용진 민주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 지역 등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있었던 곳에서 사전투표 열기가 높은 것은 어떤 야반도주식 단일화, 명분 없는 정치 야합, 단일화에 대해서 심판 분위기가 있는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도 이날 <기독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역컨벤션, 역풍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역풍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챙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의 표는 3분의 1씩 쪼개졌다. 한쪽은 윤 후보로, 한쪽은 우리에게 갔다”며 “나머지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에서 단일화에 대한 반발 징후가 포착된 것 같다”면서도 “본투표에서 그 이슈만 가지고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기대는 과도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안 대표와의 연대를 고리로 내세웠던 ‘정치 개혁’을 꾸준히 강조하며 단일화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윤 후보 지지율에 긍정적 효과를 줬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안 대표 지지율이 윤 후보 쪽으로 모두 더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박빙승부에서 정권교체 명분을 강화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한겨레>에 “산술적으로 몇 퍼센트가 올 것이라는 부분보다도 안 후보를 포용하고 함께 가는 윤 후보의 능력이 표심에 유리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산술적인 지지율 합산을 장담할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투표를 망설이는 중도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단일화로 표심이 크게 움직였다는 시그널 보다도 오히려 민주당 쪽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에게 안도감을 준 효과가 있었다. 남은 일은 최대한 투표 독려를 통해 단일화 이후 망설이는 중도층의 투표를 우리 쪽으로 독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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