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장 활동이 끝나는 대로 당으로 복귀해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간담회를 열어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전날 윤 당선자를 만나 총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안 위원장은 “당선자에게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윤 당선자가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본인이 정말 자기의 국정 운영 방향에 맞는 좋은 분을 찾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자에게 총리 후보자를 추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제가 직접 총리를 맡기보다 오히려 당선자가 뜻을 펼칠 수 있게 본인이 정말 국정 운영 방향에 맞는 좋은 분을 찾으라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이 새 정부 내각이 아닌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취약한 당내 지지 기반을 확보해 차기 대선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5년 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정가의 경험보다는 당내 세력을 확장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안랩 주식 처분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위원장의 전체 재산의 90% 이상인 수천억대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권의 강한 비토(거부) 기류와 총리로서는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단일화 등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민주당 내 비토를 받을 것이 뻔한데 굳이 그 길을 가려 할 필요가 있나”라며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어려운 국무총리보다는 당권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봤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총리 출신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고사하면서 장관직 등 공동정부에서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안 위원장은 코로나비상대응특위 브리핑에서 “국민 앞에서 공동정부를 약속했다. 그 정신에 의거해서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좋은 장관 후보들을 추천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마무리되면 안 위원장은 정치 입문 10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된다. 안 위원장은 “현재 민심이 양쪽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이 당권 쪽으로 발길을 돌림에 따라, 향후 향후 당내 역학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오랜 악연이자 경쟁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합당 이후 안 위원장과 이 대표의 공동대표체제로 당이 운영될 수 있다거나 6·1 지방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일단 이 대표의 남은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 임기가 내년이니까 지금 당장 그(당권 도전)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뒤 차기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1년 뒤면 한참 뒤다. 여러 가지 일들 많이 생길 거 아니냐. 그러면 그 부근에 가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한 게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힘든 분들 도와드리기 위해서였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퇴근 시위에 대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인수위 해당 분과 간사와 인수위원을 (장애인 이동권 시위) 현장에 보낸 것은 그분들의 의견을 듣고 인수위 정책, 다음 정부의 청사진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친 설전으로 ‘장애인 혐오’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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