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처리하기로 한 배경에는 ‘검찰개혁 완수’를 주장하고 있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보복수사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전국검사장 회의를 연 검찰의 집단반발에 대한 반작용 성격도 짙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는 선진검찰을 향한 검찰개혁의 완성이며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입법이 좌절되지 않도록 4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 검찰제도 개혁이라는 것은 사실상 5년 동안 물건너가는 일”(윤호중 비대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이날 의총에선 검찰개혁의 방식과 시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점이나 내용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의 역량이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공유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우려를 전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수사기관 설계 등 대안이 숙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속전속결로 검찰 수사권 분리를 강행 처리하는 배경에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검·언 정상화’ 반대 의원 명단을 돌리며 문자폭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 당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당원들이 문자 폭탄이나 집회 이런 걸로 굉장히 압박을 가하고 있고 그래서 심리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위축돼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던 기존 지지층에 대선 이후 새롭게 유입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당원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검수완박 목소리는 당 내부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진행됐던 검찰개혁은 중도층 민심이반을 부른 대표적인 실책으로 이를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가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민주당 주류의 생각은 다르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이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로 전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검수완박) 이걸 해내지 않으면, 소중한 2030 지지자들이나 열성 지지자들을 잃게 된다. 그러면 지방선거에 그분들이 투표하러 가지 않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검수완박은 필수’라는 주장이다.
지방선거 후보 경선과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에선 ‘민심’보다는 ‘당심’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당 지도부가 되려는 이들은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경선을 앞둔 후보들도 당원들의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성 지지층들의 ‘검수완박’ 요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보복수사 공포’도 자리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대선 과정에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언급하며 이런 우려에 불을 지폈고 최근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경찰의 ‘김혜경 법인카드 수사’가 진행되며 지지층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고초를 겪게 되면 더이상 정치 재기의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지지자들에게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을 막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전국 검사장들이 국회에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라며 집단 행동을 벌이면서 민주당 내부 강경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이 저렇게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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