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서울을 ‘전략 지역구’로 정하며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송 전 대표는 경선을 요구하며 출마를 강행한 것이다. 당 내에선 이낙연 전 대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서울 홍익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대선에서 보내주신 1614만명의 성원을 지방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며 “오세훈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며, 윤석열 정부의 일방독주를 견제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만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또 “전임 당 대표로서 ‘서울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열패감 대신 ‘해보자’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북돋고 승리의 마중물,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유엔 제5본부 서울 유치 △내곡동 개발 등을 통한 반값 아파트 5만호 공급 △주택임대차법 개정 △초고가 주택 제외한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팬덤인 ‘개딸’ 등 2030 여성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며 ‘후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모를 신청한 정봉주 전 의원이 찬조연설자로 깜짝 등장해 송 전 대표 출마를 지지하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세대교체 시대전환! 젊은 지방자치, 청년이 만듭시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태지 세대, 싸이월드 세대, 비티에스(BTS) 세대가 이제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거듭 공식화했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출마 의지를 접지 않으면서, 시선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로 모아지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에서 물러난 송 전 대표가 출마 강행의사를 밝히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거물급’을 차출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당 지도부가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한 만큼, 이 전 대표를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제기된다고 한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출마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장으로서 이 전 대표의 경쟁력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차출 명분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표가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언급한 ‘새 얼굴’에 부합하지 않는 ‘올드보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게다가 송 전 대표 출마를 둘러싼 논란이 ‘친문재인-친이재명’의 계파 갈등처럼 비춰지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이낙연 차출론에 힘을 실을 경우 당의 분열만 가속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이낙연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나오면 분명히 명낙 대전이라고 해서 프레임이 씌워질 게 불 보듯 뻔한데 이 전 대표가 실제로 나오겠느냐”며 “얼마나 답답했으면 본인이 미국을 가겠다고 말했겠느냐.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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