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4월 내 '검수완박' 처리 반대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방문한 여영국 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기소-수사권 분리 입법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법안 통과의 ‘핵심 열쇠’를 쥔 박병석 국회의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박 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책인 ‘쪼개기 임시국회’에 힘을 실어줄 경우 법안 통과의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에서는 특정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보장하고 있지만 필리버스터 중간에 국회 회기가 끝나면 토론도 함께 종료된다. 또 다음 회기에서 같은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없고 바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 ‘회기 쪼개기’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상정→국민의힘 필리버스터→회기 종료→새 회기 시작→법안 표결을 거치면 야당의 반대를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2019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패스트트랙 형식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뒤 당시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며 반발했으나, 민주당은 회기를 단축하고 다시 시작하는 방법으로 입법을 완료한 경험이 있다.
이런 ‘살라미 전술’이 주효하려면 박 의장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회 의사일정 진행은 국회의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박 의장이 동의해야만 임시국회를 쪼개서 여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박 의장의 스타일상 민주당 뜻대로 ‘쪼개기 임시국회’ 개의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박 의장은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맞붙었을 때도 민주당의 상정 요청을 끝까지 거부했다.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도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반대하는 상황인 만큼, 박 의장이 여야 합의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박 의장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박 의장에게 이번에 검찰개혁을 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도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입장은 없다”면서도 “여러 생각이 정리되는 시점이 있을 거다. 국회의장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이날 박 의장을 예방해 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과 관련해 중재를 요청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중차대한 검찰개혁의 과제가 다수당의 강행 처리로만 결론이 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우려에 대해 말하고 이 문제가 원만히 처리될 수 있게 적극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이르면 이번주 초까지 자체적인 검찰개혁안을 마련해 양당에 제안할 예정이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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