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20년7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지난해 <티비엔>(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을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과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며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씨제이(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혀왔고, 우리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이 이런 글을 올린 건, 전날 유퀴즈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출연한 뒤 이 방송이 문 대통령의 출연 타진은 거절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씨제이 쪽은 “문 대통령 쪽이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법적 대응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탁 비서관은 당시 문자메시지 등이 남아있다고 밝히며 이를 반박했다. 그는 “윤 당선자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비록 시청자들의 각기 다른 판단은 있을 수 있어도 그의 출연 자체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윤 당선자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씨제이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제작진의 거절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것은 그 프로그램을 존중해서였다”며 “지금도 윤 당선자의 출연이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이었다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은 또 “그때는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의 출연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판단이 달라져서 윤 당선인의 출연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좋다”며 “다만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며,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호성 씨제이 이엔앰(CJ ENM) 대표이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3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거쳐 2013년 씨제이그룹 법무실장을 맡은 뒤 202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를 두고 검찰 출신 대통령과의 인연이 작용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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