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견 및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에서 김동연(더불어민주당)-김은혜(국민의힘) 대진표가 확정됐다. 각각 이재명 상임고문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측면지원에 힘입은 결과다. 이들이 ‘이재명-윤석열 리턴매치’를 대리하고 그 결과가 지방선거의 성패를 가르게 되면서 양쪽은 사활을 걸고 선거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민주당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승리한 김동연 후보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통과 불공정, 기득권에 둘러싸인 윤석열 정부의 독단·독선·독주는 결국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 자명하다”며 “저 김동연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로부터 경기도민의 삶과 미래를 지켜내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상대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윤 당선자를 정조준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김 후보는 “어제 (경선) 결과가 나온 뒤 (이재명 고문과) 통화했고 축하 말씀을 해줬다. 앞으로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명심’을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동연 후보가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상징이자 요체와 같은 분”이라며 “집 없는 경기도민들에게는 앞으로 내 집 마련의 꿈도 꿀 수 없는 높은 집값을 안겨줬고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경기도민들에게는 징벌적 세금을 부과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자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캠페인 방식과 다르지 않다. 김은혜 후보는 “‘실패한 경제 부총리’와 ‘추진력 있는 젊은 일꾼’ 누구를 선택하겠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은혜 의원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인문예술재단에서 열린 수원 군 공항 이전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안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후보를 위한 유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동연 후보가 패배할 경우 이 상임고문은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탱했던 (지지세력의) 축이 무너지면서 정치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동연 후보 쪽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후보를 돕고 있는 민주당 경기 지역 의원은 “이재명으로 경기지사가 ‘대선주자급’이 됐는데 경기도민들은 김은혜 후보를 대선주자급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김동연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얻었던 표차 이상으로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선거 승리에 절실한 분위기다. 김은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복심’을 내세워 대선주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제압한 만큼 본선에서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에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윤 당선자가 김은혜 후보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갑의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것도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측면 지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직전 경기지사였던 만큼 현재로선 선거가 유리하지는 않다”면서도 “윤 당선자 측근인 김 후보가 승리해야 윤석열 정부도 자연스럽게 국정운영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