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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중수청 사라지고 ‘등’이 생겼다…국힘 반발에 중재안 ‘수정 또 수정’

등록 2022-04-29 04:59수정 2022-04-29 10:15

본회의 상정안 왜 바뀌었나
국민의힘이 약속 파기하며
법사위에서 민주당 안 의결
국민의힘 “본회의 상정안은
표결도 안 된 안” 강한 반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최초 국회의장 중재안보다도 후퇴했다는 평가가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박병석 국회의장의 입법 협조를 구하기 위해 법안을 이곳저곳 손보며 절충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박 의장 중재안에 포함돼 있던 상당수 내용이 제외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년6개월 안에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출범시켜 검찰에 남아 있는 2대 범죄(부패·경제) 수사권을 이관하도록 하는 내용이 사라진 것이다. 민주당은 애초 법안의 ‘부칙’으로 중수청 신설 내용을 포함하려 했지만, 국민의힘이 ‘조문화’ 자체를 반대하며 무산됐다. 중수청 설치를 ‘약속’하는 것과 이를 법안에 못박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게 국민의힘이 내세운 반대 근거였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을 번복한 이후 민주당은 다시 한번 중수청 신설을 부칙으로 명시하려 했지만, 이번엔 박 의장의 반대에 부딪쳤다. 박 의장이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부칙을 법안에 넣으면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하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당내에서는 중수청 출범과 관계없이 1년6개월 뒤에 검찰의 2대 범죄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조항을 법안에 넣자는 요구도 있었지만,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다 중수청 신설은 ‘정치적 합의’라는 점에 비춰 법제화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한시적으로 유지되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부패·경제 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바뀐 것을 두고도 민주당 내에서 우려가 나온다. ‘등’ 한 자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좀 더 넓게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수사 준칙은 법무부 장관이 만들기 때문에 ‘등’ 하나 때문에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이 ‘등’으로 바뀐 배경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단계에서 이뤄진 여야 막판 협상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국회의장 중재안을 바탕으로 만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런데 개정안의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서 법안이 수정될 여지가 생겼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막판 협상’ 끝에 검찰 직접수사 범위 관련 조항의 ‘중’을 ‘등’으로 바꾸기로 하고,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동일성이 있는 범죄로 축소하는 데 합의했다. 이때 도출된 ‘최종 합의안’은 민주당이 이튿날 본회의에 제출한 수정동의안과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박 의장도 중재자로서 막판 합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것은 이러한 내용의 최종 합의안이 아니었다. 안건조정위가 시작되자마자 국민의힘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물리력을 행사하며 저지에 나섰고, 그 결과 앞서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한 민주당 안이 그대로 의결됐다. 결국 그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도 민주당 안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 돌변을 ‘합의 파기’ 책임 전가를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에 최종적으로 합의를 해놓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를 안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너무 황당하다”며 “대통령도 검찰,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니 합의가 파기된 것처럼 일부러 모양새를 만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법사위 의결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설명 조차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민주당이 수정안이라고 가져와 표결을 했는데, 지금 현재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안은 표결이 안 된 안이다. 절차의 하자 정도가 아니라 표결도 안 된 안이 올라온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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