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제2회 추경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과 정부가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사업자 370만명에 ‘손실보전금’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차등 지원’ 계획 발표로 싸늘하게 돌아선 소상공인·자영업자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정책 변화로 보인다. ‘대통령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지방선거 표심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정 협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오늘 키포인트는 600만원에서 차등 지급한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600만원을 다 지급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선 ‘손실보전금’이라는 이름으로 손실 규모와 상관없이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고, 업종 사정에 따라 보전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기본적으로 600만원을 일괄 지원한다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달 2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발표한 손실보전안과 다르다. 안 위원장은 당시 과학적으로 추산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누적 손실액이 54조원이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고 했다. ‘600만원 일괄 지급’에서 후퇴한 것으로, 구체적인 지급 액수와 범위도 특정되지 않아 소상공인들은 ‘공약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급기야 김소영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이 ‘문재인 정부가 지원한 300만원보다 많고, 손실 규모에 따라 1천만원이 될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며 분노한 소상공인들을 달래야 했다.
이날 당정 협의 결과는 문재인 정부 때의 손실보전 하한선(300만원)보다 갑절로 뛴 것이다. 인수위에선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과도한 돈 풀기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렸지만,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의힘과 정부가 다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손실보전이 중요한 민생 문제인 만큼 지원 확대 방안을 인수위 이전부터 계속해서 논의해왔다. 인수위의 ‘차등 지급’ 발표가 소상공인의 반발에 기름을 붓자 ‘600만원 일괄 지급’ 공약 추진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고 한다. 결국 윤 대통령 취임 이튿날 첫 당정 협의로 발빠르게 손실보전 문제를 매듭지으면서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뇌관 하나를 제거한 셈이 됐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600만원 일괄 지급’ 공약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당이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도 화답을 했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 파기’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600만원 액수를 못 지키게 되면 공약을 안 지켰다는 공격이 계속되고 지방선거 민심에도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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