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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나선 곳이 곧 험지…소수정당 후보들 “돌 골라내고 씨 뿌려야죠”

등록 2022-05-27 10:59수정 2022-05-27 14:57

6·1 지방선거 바닥 훑는 소수 정당 후보들
6·1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에 도전하는 소수 정당 후보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기중(서울 관악구아선거구) 정의당 후보, 설혜영(서울 용산구마선거구) 정의당 후보·허승규(경북 안동시마선거구) 녹색당 후보, 윤경선(경기 수원마선거구) 진보당 후보. 정의당·녹색당·진보당 제공
6·1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에 도전하는 소수 정당 후보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기중(서울 관악구아선거구) 정의당 후보, 설혜영(서울 용산구마선거구) 정의당 후보·허승규(경북 안동시마선거구) 녹색당 후보, 윤경선(경기 수원마선거구) 진보당 후보. 정의당·녹색당·진보당 제공
6·1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만 나서는 게 아니다. 정의당과 진보당,녹색당 등 작은 정당 후보들도 당선을 향해 뛴다. 당이든, 지역이든 기댈 언덕이 있는 거대 양당 후보들과 달리 소수 정당 후보들은 나선 곳이 곧 험지다. 하지만 시·군·구 의회에서 이들의 존재는 의석수로만 평가할 수 없다. 존재만으로 감시자의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4명의 소수 정당 후보의 목소리를 들었다.

“진보정당 성장하려면 자력으로 지역구 돌파해야죠”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 구의원은 관악구아선거구에서 재선 구의원에 도전한다. 2010년과 2014년 선거에서 그는 각각 19.18%와 27.95%의 득표로 낙선했다. 정의당 지지세가 서울 다른 구보다 높은 덕에 선거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15% 이상의 득표를 한 게 위로라면 위로였다. 이 후보는 2018년 세번째 도전 만에 구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는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해보자”는 심정으로 세번째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보수표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산된 덕을 봤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 해온 의정 활동을 바탕 삼아 당선을 노린다. 그는 “현역으로 그동안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활동을 해 확실히 지지층이 된 주민들이 있다. 지난 선거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지역에서 2명의 구의원을 뽑는 선거구에서 당선된 유일한 정의당 후보였다. 이 의원은 “진보정당이 성장하려면 자력으로 지역구를 돌파하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설혜영 후보도 용산구에서 3선 구의원을 노린다. 그는 서울 용산구마선거구에서 2010년 당선됐다가 2014년 낙선하고 2018년 다시 당선됐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자신을 “암행어사 설혜영”이라고 소개한다.

설 후보는 용산구의원으로서 용산구청 청소 용역 업체가 일부 임원급 직원에게 1천만원이 넘는 월급을 지급한 정황을 포착해 감사원 감사를 끌어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힘 6명으로 이뤄진 구의회에서 유일한 정의당 의원으로 캐스팅 보터 구실을 톡톡히 했다.

설 후보의 출발도 다른 군소 정당 출신 후보처럼 녹록지 않았다. 당 조직도 약했고, 아는 주민도 없었다. 거대 양당 소속 후보들과 견줘 보면 도저히 “같은 위치에서 시작할 수 없는 선거”였다. 설 의원은 당시 자신의 손을 잡으며 “선한 사람들 옆에 서라. 그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라. 그런 사람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 준 90살 가량의 어르신 말씀이 생생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돌 골라내고 씨 뿌려야”

소수 정당 후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당신에게 투표하면 버리는 표가 된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이다. 경기 수원마선거구에서 3선 시의원에 도전하는 윤경선 진보당 후보는 주민들과 쌓은 신뢰로 이를 극복했다.

교사 출신인 그는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수원과 인연을 맺었다. 윤 후보는 노동운동을 하며 수원에 자리 잡았다. 윤 후보는 수인선 지하화 등 지역 밀착형 문제에 주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동네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사람을 보고 뽑아야 후회가 없다”고 호소한다. 그는 의정활동에서 5분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시의원이었다. 송전탑 지중화, 방음터널 설치 등 주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윤 후보는 시의회에서 “제가 있는 것만으로 흔히 말하는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탄탄하게 기반을 닦았다.

주민들은 이따금 그에게 “당을 바꾸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는 제3지대의 진보정당이 필요할 것”이라며 “누군가는 돌을 골라내고 밭을 갈아 씨를 뿌려야 미래에라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답한다.

허승규 녹색당 후보는 경북에서도 보수색이 강한 안동시마선거구에 나섰다.

두번째 도전이다. 그는 지난 2018년 16.54%의 득표율로 녹색당 후보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고배를 들었다. 허 후보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닌다. 그는 “휴대전화로 유권자들의 말을 메모하면 예의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첩에 받아 적으면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연다”고 했다. 선거운동원도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녹색당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꾸렸다. 유세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주민들을 만난다.

허 후보는 바닥 민심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북 안동은 특정 정당이 오래 권력을 쥐고 있는 만큼 변화에 대한 열망도 높다”며 “서울에서 출마했다면 이렇게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었겠느냐”며 운동화 끈을 조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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