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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광역단체장 후보 55명 중 30명, 5대 공약에 성평등 정책 ‘0’

등록 2022-05-30 17:16수정 2022-05-30 17:51

6.1 지방선거 성평등 공약 점검
5대 주요 공약에 ‘언급 없음’이 54%
“정치권서 우선순위 아니라는 것 보여줘”
성평등 정책 질의에 ‘의지 있다’했지만
국힘 후보 4명 “인력·예산 확충은 유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비위 사건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이라 지방선거에서 성평등 공약을 내세운 후보를 뽑으려고 했는데 출마한 후보 2명 모두 관련 공약이 없다.”(세종시에 거주하는 김아무개(33)씨)

6·1 지방선거가 이틀 뒤로 다가왔다. 30일 <한겨레>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라온 광역단체장 후보 55명의 ‘5대 공약’을 살펴본 결과, 성평등 관련 공약이 없는 후보는 30명(5대 공약이 없는 후보 1명 포함)이었다. 특히, 세종·충남·전북·전남에 출마한 광역시장·도지사 후보 모두는 5대 공약에 성평등 관련 내용이 없었다. 이들은 여성단체가 질의에 나서자 성평등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은 밝혔지만, 일부 후보들은 차별금지 조례 제정이나 성평등 정책 사업 확대 등에는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성평등 공약에 공들인 곳은 소수정당뿐

5대 공약 가운데 최소 1개 이상을 온전히 성평등 공약으로 배치한 후보는 한손에 꼽을 정도다. 주로 소수정당이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는 5대 공약 가운데 2개를 ‘성평등 공약 1·2’ 설명에 할애했다. 신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와 공직사회 성폭력에 대한 대응, 임신중단의료에 대한 서울시의 공공의료 지원체계 구축 등을 공약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5대 공약의 하나로 ‘성평등 서울로 전면수정’을 내세워, 이안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 삭제 서울시 책임제, 서울형 생활동반자 인증제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서태성 기본소득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경기도 기본 성평등 시행’에서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의 확대 및 권한 강화, 여성전문 공공병원 설립, 경기도 무상생리대 정책 등을 약속했다.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마을에서 도정까지 성평등한 제주 실현’ 공약에서 성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도내 모든 공공기관에 성폭력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젠더폭력 전담 자치경찰단 창설 등을 내걸었다. 김한별 기본소득당 인천시장 후보는 3대 공약(복지·노동·차별철폐)에 고루 성평등 공약을 담았다. 거대 양당 가운데서는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 가사수당 제도 신설을 5대 공약 가운데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거대 양당, 성평등 공약 언급했지만…

양당의 후보 가운데 일부는 공약 속에 성평등 관련 내용을 배치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성폭력 예방, 경력단절 제로(ZERO) 서울을 강조한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젠더폭력 대응 통합 상담서비스’의 도내 31개 전체 시·군 설치, 공공부문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실시 등을 약속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맘케어종합센터(육아해방타운)를 세워 가사도우미 파견, 육아 관련 심리상담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재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공공산후조리원 추가 설치, 차세대 여성인재 발굴·육성 ‘(가칭)강원여성리더아카데미’ 운영을 계획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보육부담 비용 제로화 추진,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는 여성 취업확대와 문화·예술·관광산업 활성화, 임신 준비부터 도와주는 ‘인천맘 센터’ 신설을 공약했다. 노영민 민주당 충북도지사 후보는 아동양육수당(국비와 별도) 지급, 불법촬영 탐지장비 대여서비스 확대를 내세웠다.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일터 차별과 돌봄 걱정을 줄이기 위해 성평등노동지원센터 등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이들 공약은 주로 ‘도움’을 강조했다. 모성 보호(임신·출산·육아)에 치우친 데다, 일터 성차별 개선이나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은 단편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약자 지원’ 등의 항목을 만들어 출산을 한 사람에게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식의 공약은 성별 불평등 상황을 바꾸는 정책이라기보다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특전을 주는 시혜적·분리적 관점이다. 지역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자리 잡는데 기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평등 관련 내용이 없는 후보 31명…세종·충남·전북·전남은 전무

5대 공약에 성평등 관련 내용이 한 줄도 없는 후보는 30명(54.5%)에 달했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13명(민주당 7명, 정의당 4명 등)으로 가장 많았다. 몇몇 민주당 후보들은 한 줄이나마 성평등 관련 내용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5급 이상 공무원의 여성 비율 35%로 확대, 서재현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여성일자리 창출, 경력단절 예방 및 복귀 프로그램 지원, 박남춘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여성 안심주택·안심택시 시행, 안심골목길 확대 조성, 강기정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는 가사수당 도입을 공약했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충남·전북·전남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5대 공약에 성평등 정책을 넣지 않았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젠더 이슈는 정치권 안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성별을 내세우지 말고 논란을 만들지 말자고 하는 기조가 보인다. 지방자치에서 성평등 지향이 왜 필요한지 후보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형 뉴욕주립대 정부와시민사회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방자치에서는 조례 등으로 생활영역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후보들이 관련 공약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방선거 후보들은 당의 노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각 당이 성평등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에 게재된 5대 공약에 성평등 내용이 없는 후보>

오세훈(서울·국민의힘), 박형준(부산·국민의힘), 김영진(부산·정의당), 홍준표(대구·국민의힘), 이정미(인천·정의당), 주기환(광주·국민의힘), 장연주(광주·정의당), 김주업(광주·진보당·5대공약없음), 이장우(대전·국민의힘), 김두겸(울산·국민의힘), 이춘희(세종·민주당), 최민호(세종·국민의힘), 황순식(경기·정의당), 강용석(경기·무소속), 김진태(강원·국민의힘), 김영환(충북·국민의힘), 양승호(충남·민주당), 김태흠(충남·국민의힘), 최기복(충남·충청의미래당), 김관영(전북·민주당), 조배숙(전북·국민의힘), 김영록(전남·민주당), 이정현(전남·국민의힘), 민점기(전남·진보당), 임미애(경북·민주당), 양문석(경남·민주당), 최진석(경남·통일한국당), 오영훈(제주·민주당), 허향진(제주·국민의힘), 박찬식(제주·무소속)

후보들, 성평등 제도 추진 의사 있다면서도

전국 567개 단위가 모인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는 지난 25일 광역단체장 55명에게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사회을 위한 정책에 관해 물었다. 15개의 문항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의무’ ‘지방자치단체의 여성폭력 대응 역량 및 체계 강화’ ‘성평등한 사회문화를 위한 정책 수립’ 등을 질의했다. 응답하지 않은 9명을 제외한 후보 모두는 “여성폭력 문제 해결 및 성평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정책 및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개선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달랐다.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 차별금지 및 평등권 보장에 관한 조례 제정 및 관련 기구의 역할 강화’ 문항에서 후보 5명(송영길(서울·민주당), 김은혜(경기·국민의힘), 이광재(강원·민주당), 김태흠(충남·국민의힘), 조배숙(전북·국민의힘))이 무응답하거나 반대, 유보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후보 4명(김은혜(경기), 김진태(강원), 김태흠(충남), 조배숙(전북))은 성평등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도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내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 및 인력, 예산 확충’은 유보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 제정 과정에서 혐오적인 시선에 기반한 반대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원단체들은 여가부 같은 중앙 부처보다 지자체의 사업 축소 등이 피해자 지원이나 성평등 체계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의 기류에 맞춰 지자체의 성평등 체계를 흔드는 움직임이 있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후보> (9명)

홍준표(대구·국민의힘), 대전(허태정·민주당), 울산(김두겸·국민의힘), 최민호(세종·국민의힘), 강용석(경기·무소속), 노영민(충북·민주당), 김영환(충북·국민의힘), 이정현(전남·국민의힘), 이철우(경북·국민의힘)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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