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가 비닐장갑을 낀 채 2차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총 7개 선거가 동시에 실시된 이날 투표는 유권자가 1차와 2차에 나눠 투표한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 두 곳에 각각 넣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선 뒤 84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당인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주며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었다.
2일 새벽 3시30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2곳에서 당선 또는 당선 확실, 더불어민주당은 4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패했던 국민의힘은 4년 만의 설욕을 통해 안정적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음과 동시에 2024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던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서울·인천·경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20%포인트 격차로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4년 만에 이들 3곳 중 최소 2곳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지난 3월 대선과 비교해봐도 국민의힘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석달 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4.83%포인트 차로 이겼던 서울의 경우 이번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8.56%)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39.75%)를 18.81%포인트 차(개표율 73.81%)로 크게 따돌렸다.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1.86%포인트 앞섰던 인천에선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51.74%)와 박남춘 민주당 후보(44.68%)가 7.06%포인트 차(개표율 94.36%)로 벌어졌다. 이재명 후보의 텃밭인 경기도에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49.33%)와 김동연 민주당 후보(48.61%)가 0.72%포인트 격차(개표율 78.11%)로 박빙 승부를 펼쳤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정 핵심 인사들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총출동시켜 ‘통합’을 강조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 승리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하며 (중도층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집권여당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에 국민의힘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예산 폭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등 윤석열 정부 첫 내각의 인사 난맥상이 드러났지만, 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여성 장관 후보자들을 적극적으로 지명하는 등 수습에 나서면서 악영향이 상쇄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윤석열 효과’는 ‘윤심’을 등에 업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선전한 데서 두드러졌다. 4월 초만 해도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렀던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윤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을 꺾은 뒤 지지율에 힘이 붙었고, 김동연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선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고문이었던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59.42%)도 노영민 민주당 후보(40.57%)보다 18.85%포인트(개표율 57.7%)를 더 얻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대선 패배 이후 제대로 된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자중지란의 모습을 노출한 민주당에 대한 ‘재심판’ 성격도 강하다. ‘탈당 꼼수’를 이용해 ‘검찰 수사권 분리’를 강행하고,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날카로운 검증보다 실수를 연발하며 ‘발목잡기 프레임’에 휘말린 탓에 민주당이 내건 ‘국정 견제론’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했다.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사건,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도 ‘민주당 재심판론’에 쐐기를 박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가 패배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대선 이후 석달 사이에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데도 리셋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략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당 지도부가 분란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구심점도 없는 민주당에 유권자들이 실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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