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자 통계를 보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전국 기초단체장 226곳 가운데 국민의힘은 145곳(64.1%)을 휩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63곳에서만 승리했다. 이 밖에 진보당은 단 1곳, 정의당은 기초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나머지 17곳은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이는 4년 전 지방선거와 정반대의 결과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151곳(66.8%)에서 승리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53석에 만족해야 했다. 4년 만에 기초단체장 구도가 180도 뒤집힌 셈이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유권자들이 돌아섰다. 4년 전 자유한국당은 66곳 가운데 서울 1곳, 경기 2곳, 인천 1곳 등 4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62곳(93.9%)은 민주당 지방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46곳(69.6%)에 붉은 깃발을 꽂았다. 민주당은 서울 8곳, 경기 9곳, 인천 2곳 등 19곳을 지키는 데 머물렀다.
부산과 경남, 울산 등 영남권에서도 국민의힘이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부산과 울산 21곳 가운데 단 1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4년 전에는 18명의 단체장을 배출했다. 또 지난 선거에서 7곳에서 승리를 거둔 경남에서도 18곳 가운데 1곳만 수성했다.
‘민심의 가늠자’로 불리는 충청권과 강원도 등 중부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전·충남·충북 31곳 가운데 국민의힘은 23곳(74.1%)에서 승리했다. 4년 전에는 8곳에서만 승리했다. 강원도에서도 국민의힘은 18곳 가운데 14곳에서 이겼다. 지난 선거에선 5곳에 만족해야 했지만 4년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반면 대구·경북과 호남은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뚜렷한 지역색이 나타났다. 민주당은 대구·경북 31곳에서, 국민의힘은 광주·전남·전북 41곳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엄태석 서원대 공공서비스대학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표가 뽑히면 밀어줘야 한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중앙정치 바람을 타고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이 각종 악재도 많고, 들고나온 견제론·심판론 등의 구호도 지방선거와는 맞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의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논리는 지역발전을 바라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도 “새 정부 출범 효과가 분명 작용했다. 하지만 이는 예고된 위기였는데도 민주당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강경 일변도의 자세만 취했다. 여기에 송영길 후보가 난데없이 서울에 출마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