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먼저 치고나간 홍준표·안철수·오세훈, 차기 대선 풍향계는

등록 2022-06-05 08:49수정 2022-06-05 21:26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31
차기 대선주자 6·1 지방선거 성적표

서울시장 4선 고지 오른 오세훈
국회진입 불구 기반 없는 안철수
이재명은 전당대회 출마할 수도
김동연 “민주당 개혁 씨앗” 기염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홍준표(대구시장·왼쪽부터), 안철수(국회의원 보궐선거), 오세훈(서울시장) 후보가 1일 당선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홍준표(대구시장·왼쪽부터), 안철수(국회의원 보궐선거), 오세훈(서울시장) 후보가 1일 당선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S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bit.ly/319DiiE

1992년 12월18일 14대 대통령 선거를 했습니다. 대선 직후 김영삼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어느 기자가 “후계자를 누구로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김영삼 당선자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내가 이제 막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벌써 후계자를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한 일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 국민 스포츠 비슷합니다. 우리 유권자들은 5년마다 한번씩 대통령 뽑는 맛에 삽니다.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은 “내가 찍어줬는데 왜 이렇게 못하냐”고 불평하고, 안 찍은 사람들은 “저렇게 못할 줄 미리 알고 내가 안 찍었다”고 불평합니다.

모든 유권자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지금 대통령’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입니다. 민주주의 국가 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그게 현실입니다. 대한민국 정치 시계는 언제나 ‘차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6·1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연장이었습니다. 대선주자들의 이번 선거 성적표는 먼 훗날 차기 대선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당에선 ‘홍-안-오’ 눈길

여당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준표 당선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슬아슬하게 패했습니다.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졌습니다. 만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홍준표 당선자였다면 3·9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0.73%포인트가 아니라 좀 더 큰 격차로 승리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좀 궁금하지 않습니까? 홍준표 당선자가 어렵게 당선된 국회의원직을 내던지고 대구시장으로 방향을 갑자기 바꾼 진짜 이유가 뭘까요? 홍준표 당선자와 가까운 전직 의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두가지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피신한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이다. 권력의 생리를 매우 잘 안다. 윤석열 대통령 치하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둘째, 5년 뒤를 내다본 포석이다.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다. 대구시장 경력은 다음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든든한 당내 기반이 될 것이다.”

홍준표 당선자는 1954년생입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하는 2027년에는 73살입니다.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1942년생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될 때 73살이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 승리로 ‘4선 서울시장’이라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습니다. 그는 1961년생입니다. 이념 성향은 합리적 보수입니다. 경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입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매력입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은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면 순식간에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로 도약할 것입니다.

차기 대선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사치스러워도 너무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대통령은) 민심이 불러내야 할 수 있는 자리다. 도전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서울시장은 대권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세훈 대통령, 가능할까요?

안철수 의원은 이번 선거 승리로 3선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처음 당선됐습니다. 민주통합당이 공천하지 않은 선거였습니다. 2016년에는 노원병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됐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2012년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유력한 대선주자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대선주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선주자의 ‘아우라’가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이제 ‘안철수의 새 정치’보다 ‘안철수의 헌 정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당내 기반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가능할까요? 국민의힘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이런 답변을 했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나온다고 해서 당대표가 된다는 것도 아니고, 당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안철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안철수가 당선된다는 아무런 지표도 없는 상태에서 자꾸 안철수를 전제해서 대비하는 것은 우리 당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방해하는 것이라서 그것도 저희는 그런 전제의 프레임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안철수 의원의 대표 출마에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준석 대표 등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부동산 정책 성공이라는 임무를 완수해야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실정이었습니다. 원희룡 장관이 과연 부동산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이준석 대표는 1985년생이기 때문에 2027년 대선 출마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당장 당 윤리위원회에 가 있는 성 상납 의혹 사건을 넘어서야 합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안에서도 이제 이준석 대표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반페미니즘 노선이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해 국민의힘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를 할 것 같지도 않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한동훈 차기 대통령,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3월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3월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상처뿐인 영광’ 국회의원 이재명

이번에는 야당 얘기를 해볼까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진입한 이재명 의원은 이번 선거로 ‘상처뿐인 영광’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대선주자 지위를 잃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87년 600만표, 1992년 800만표를 득표해 낙선한 뒤 1997년 1000만표를 획득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재명 의원은 3·9 대선에서 무려 1600만표를 받았습니다.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나설까요? 공학적으로 계산하면 출마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이재명 의원의 목표는 차기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민주당을 쇄신해야 합니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해 민주당 고참 의원들을 몰아내고 20~40대 젊은 정치인들로 채워야 합니다. 그래야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쇄신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장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대표로 나서는 것은 명분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친문재인 성향 민주당 의원들의 조직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길게 보면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안에는 이재명 의원에게 맞설 경쟁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2015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장악한 뒤 그 탄력으로 2016년 총선 승리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2017년 대선 승리를 끌어낸 일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김동연이라는 새로운 대선주자를 확보했습니다.

경기도는 처음부터 대선주자들의 땅이었습니다. 이인제·손학규·김문수·남경필·이재명 경기지사가 모두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이제 김동연 당선자도 명실상부한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김동연 당선자는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의 씨앗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민주당 안에 세력이 없다는 것은 대선주자 김동연의 약점입니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와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다시 대선주자로 나설 기회가 열릴까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용진·김두관·이인영 의원, 그리고 이광재 전 의원은 어떨까요? 민주당에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권지웅·김태진 전 비상대책위원, 이소영 의원, 박성민·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 2030세대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희망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2027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개헌을 해서 40살 이상 나이 제한을 풀어야 합니다.

대통령, 하늘이 내는 것 아냐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세속의 권력입니다. 권력은 도전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아이다>에는 ‘포천 페이버스 더 브레이브’(Fortune favors the brave)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집트 군사령관 라다메스가 병사들과 함께 누비아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용감한 자가 행운을 차지한다’ 정도일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김건희 ‘방어 불가’...“국힘 의원들 자괴감 빠져있어” [공덕포차] 1.

윤석열·김건희 ‘방어 불가’...“국힘 의원들 자괴감 빠져있어” [공덕포차]

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2.

여권 ‘김건희 겹악재’ 거리두자…친윤 “같이 망하자는 거냐” 발끈

조국 “이재명 정치생명 박탈하겠다?…정치 억압” 3.

조국 “이재명 정치생명 박탈하겠다?…정치 억압”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에…국힘 김재섭 “문자 한 것 자체가 부적절” 4.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에…국힘 김재섭 “문자 한 것 자체가 부적절”

정치권 덮친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훨씬 큰 게 있다? [공덕포차] 5.

정치권 덮친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훨씬 큰 게 있다? [공덕포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