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가운데)이 정진석 비대위원장(오른쪽),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9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뽑힌 주호영 의원이 출발부터 당-정 관계 균형 회복이라는 가볍지 않은 과제를 받았다. ‘추대’란 말이 나올 정도로 낙승이 예상됐지만, 당내 기반이 전무하다시피한 이용호 의원에게 불과 19표 차로 ‘신승’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의 독주에 대한 피로감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전횡에 대한 당내 불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애초 당 안에서는 ‘경선은 하지만 사실상 주호영 추대’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선거 전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윤심’임을 암시하며 ‘주호영 추대론’을 설득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을 뺀 중진 의원들은 출마 의사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경선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미 한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4월까지만 원내대표를 하겠다고까지 했지만, 호남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입당한 이용호 의원(42표 득표)과의 격차는 19표(61표 득표)에 불과했다. 이 의원의 득표수는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성동 의원과 맞붙은 ‘비윤’의 조해진 의원이 얻은 21표의 두배다. 권 의원은 당시 81표를 얻었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주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히고도 꽃다발도 없고 만세도 활짝 못하고 찔끔하더라”며 “장례식장 분위기 같았다”라고 전했다.
당 안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의 불통과 독주, ‘윤핵관’의 전횡에 대한 위기감과 경고가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그대로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빈관 신축 번복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인사 난맥상 등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과 원내대표 선거 등 각종 당무에 ‘윤심’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한 친윤계에 대한 누적된 반발이 분출했다는 것이다. 한 3선 의원은 “비대위 출범부터 윤심이 작동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의원들이 (대통령실 독주 등에) 위기의식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도 “용산이 너무 당무에 개입한다는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주호영 추대론을 밀었던) 권성동·윤한홍 의원에 대한 반발”이라며 “의원들에게 (경선에) 나오지 말라고 기분 나쁘게 얘기했다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하면 누가 반발을 안 하나”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여당과 대통령실의 정상적인 관계 회복이 주호영 원내대표의 급선무로 떠올랐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뒤 “당이 건강하게 당 목소리를 제대로 내 달라는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전 정견 발표 때도 “당과 논의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이 무분별하게 발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사법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한다. 오는 28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그는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게 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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