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 자리에서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협치’의 대상은 야당인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야당 정치인을 ‘종북 주사파’라고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종북 주사파’ 발언을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오찬 말미에 한 당협위원장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종북 주사파 세력에 밀리면 안 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주사파 발언’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국가 보위’가 첫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며 “헌법정신과 대통령의 책무를 강조한 발언을 두고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경제·안보 다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서 갑자기 (종북 주사파) 이 얘기를 꺼내기에 발언이 좀 세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듣는 사람에 따라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느냐는 오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협치의 최우선 대상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경사노위원장이 전직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하더니, 윤석열 대통령은 제1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매도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찬 간담회에서 당협 정비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 위원장은 헤드테이블에서 윤 대통령에게 “(사고 상황인) 68개 당협위원장 자리를 채우지 않고는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습니다”라고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임시 지도부의 월권’이라는 내부 반발을 정리한 셈이다. 당협위원장 재공모에 이어 당무감사를 통해 기존 당협위원장 교체도 가능하다. 새 대표를 선출하는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통해 친윤석열계 주류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새 당대표가 되면 (당무감사를) 또 할 것인데 비대위가 당무감사를 한다는 게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당대표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도 “과거에도 지도체제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을 당무감사로 솎아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도 그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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