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도착, 국회의장단 환담을 위해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회 무시 발언을 사과하라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인한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 등 대내외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들어, 법정 시한(12월2일) 내 예산안의 처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전 ‘협치’를 전면에 내세웠던 첫 시정연설과는 달리, 당위적 차원의 협력을 강조하는 선에 그친 것으로 비쳐졌다.
윤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에선 ‘협력’이란 단어가 2번, ‘협조’는 1번 언급됐다. 취임 직후인 5월16일 이뤄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란 단어가 4차례, ‘협력’이 5차례나 등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시정연설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까지 매고 나와 “국정사안을 의회 지도자와 긴밀히 논의하겠다”며 협치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와 클레멘트 애틀리 노동당 대표 간 ‘전시 대연정’까지 언급하며, 야당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에서 협치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을 두고, 야권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불러온 여야 대치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민주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가 냉랭을 넘어서 혐오, 불인정의 단계로 가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앞으로 밀어붙이기식 정국 운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실 쪽에서는 이런 해석에 대해 “국회와의 협력은 국정 운영에서 필수적인 것”이라며 “협력의 정치가 협치”라고 선을 그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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