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프놈펜/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자유·평화·번영이라는 3대 가치를 바탕으로 한 동아시아 구상을 제시했다. 이른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프놈펜에 도착해 4박6일간의 첫 동남아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 머리발언에서 “세계 인구의 65%,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전세계 해상 운송의 절반이 이 지역을 지나간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과 한-아세안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역내 국가들이 서로의 권익을 존중하고, 공동의 이익을 모색해나가는 조화로운 역내 질서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규칙에 기반해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해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위협을 두루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핵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 안보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 회복력 강화 △협력적·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 조성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보건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기여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하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행하겠다”며 세부 전략으로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 정례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전기차·배터리·디지털 분야 협력 강화 △한-아세안 협력기금 증액 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특화한 지역외교 전략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과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차별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 특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좀 더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5개월 만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 공조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으나, 대통령실은 세부 일정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프놈펜/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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