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지속 발전 가능한 폐기물 매립 및 친환경적 활용방안 토론회)에 참석하며 회의장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 안철수 의원이 서울 여의도 170V 캠프 대회의실에서 열린 2030청년특보단 정책 미팅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공동취재사진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포기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 의원은 친윤 대표론을, 안 의원은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운다.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어디로 흡수될지,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할지 관심이 쏠린다.
나 전 의원은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김 의원이나 안 의원을 도와줄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제 불출마 결정은 어떤 후보라든지, 다른 세력의 요구나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당대회에서 제 역할이나 공간은 없다. 제가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당은 곧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뿌리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자신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종용해온 친윤계에 불만은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이 참여를 포기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 의원 대 안 의원이라는 단조로운 구도로 압축될 것 같다. ‘나경원 변수’가 사라짐으로써, 결선투표 가능성이나 합종연횡 등 흥행 요소와 역동성이 적잖이 사라졌다.
전당대회를 한달 이상 앞둔 현재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당원 역시 80만명이 넘는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18살 이상 2002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당대표로 누가 적합한지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5%포인트)를 보면, 김기현 의원은 25.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22.3%로 오차범위 안에서 그를 추격했고, 나 전 의원은 16.9%를 기록했다.
그런데 안 의원은 결선투표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는 49.8%를 얻어 김 의원(39.4%)을 오차범위 밖인 10.4%포인트 앞섰다. <문화방송>(MBC)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387명) 대상 가상 양자대결 결과, 안 의원은 43.8%로 37.6%를 기록한 김 의원보다 수치가 높았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두 조사 추세로 보면 안 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당분간 15% 안팎으로 추정되는 나 전 의원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힘을 쏟을 것 같다. 이들은 나란히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을 추어올렸다. 김 의원은 “당이 나 전 의원의 희생적 결단에 화답해야 할 차례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연대하고 포용하는 화합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 쪽에서는 “김 의원이 곧 나 의원을 만나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도 “나 전 의원이 말한 여러 상황에 충분히 공감이 된다. 적절한 시기에 한번 만나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안 의원은 최근의 지지세 상승을 의식한 듯 “(전당대회 결선투표 없이) 가능하면 1차 투표에 과반 득표를 해서 끝내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변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유 전 의원은 설 전인 지난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에서 “오늘까지 언론에 제 생각을 밝히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한 뒤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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