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왼쪽 사진),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당대표 선거에서 ‘언더독’(약세 후보) 천하람·황교안 후보가 각각 안철수·김기현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는 양강 후보를 때려 그들에게로 표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천 후보는 13일 안 후보를 겨냥해 “선명한 개혁성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개혁을 얘기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에서) ‘윤핵관(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니까 ‘안쓰겠다’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도 안쓰겠다’며 이렇게 결기를 전혀 못보여주고 있다”며 “당을 옥죄고, 우리 당의 의원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는 윤핵관한테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면서 어떻게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 건지, 도대체 결기를 보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등을 비판하던 안 후보가 불쾌감을 표시하는 대통령실의 한마디에 바로 물러선 행태를 비판하며, ‘비윤계’ ‘반윤계’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기현(오른쪽)·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 호텔에서 합동연설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오른 천 후보는 “대통령실에서 때려줘서 반사효과를 봤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조만간 빠질 것”이라며 안 후보와의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2주 후 정도로 예상한다. 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보수 정통’을 강조하는 두 후보는 지지층이 겹친다. 그는 지난 12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기현 후보는 늘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어 정치하고 있다”며 “그래서야 어떻게 큰 당의 대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가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윤심 마케팅’에 나서자, ‘강성 보수층’의 지지가 넘어갈세라 견제에 나선 것이다.
황 후보는 또 2007년 울산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김 후보가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지나가도록 울산 케이티엑스(KTX) 노선이 변경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그는 “의혹에 대한 해소 없이 만일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우리 당도 지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인) 민주당 꼴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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