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황교안·천하람·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22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에서 열린 티브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공천할 때 대통령의 의견을 듣겠다’는 김기현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위험한 발언을 거듭해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불안한 후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KBS)이 주최한 당대표 후보 3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헌법 7조에는 공무원 정치 중립의무가 있다. 대통령과 공천을 논의하면 법적인 (문제) 소지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후보가 지난 20일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 공천 때 “대통령의 의견도 듣겠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후보는 이에 “대통령이 당에 가지는 의견을 전달하고 토론하는 걸 공무원 정치 중립 위반이라는 건 혼자 만의 해석”이라며 “당의 운영은 대통령과 협의해서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무인도에 있냐”고 맞받았다.
천하람 후보는 김 후보와 ‘김-장연대’를 결성하며 전당대회에 ‘윤심’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제원 의원을 소환해 공격했다. 천 후보가 “장 의원을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맡길 거냐”고 묻자, 김 후보는 “장 의원이 임명직 당직 안 맡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천 후보는 “장 의원만큼 훌륭한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왜 당직을 안 맡기냐”고 재차 물었다. 김 후보가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장 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장제원만큼 훌륭한 사람이 있냐”고 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김 후보는 “훌륭하다고 다 당직에 쓰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장 의원처럼 살신성인, 백의종군하는 사람을 존중해야지 왜 폄훼하냐”고 반박했다.
천 후보는 또 ‘울산을’ 지역구 의원인 김 후보에게 총선 승리를 위해 수도권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천 후보는 “김 후보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하면 하겠냐”고 묻자 김 후보는 “당의 명령에 따르는 게 당연하지, 아니라고 하겠냐”고 답했다. 이런 답변에도 천 후보는 거듭 “수도권 출마 의사가 있다는 거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의사가 있다는 게 아니라 총선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러 후보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김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후보들을 향해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에둘러 비판했다. 김 후보는 ‘총선승리 장애물이 무엇인가’라는 공통질문에 “개혁과 당내 통합에 반대하는 행동”이라며 “내부 총질하면서 자기 이름을 알리기 급급한 정치를 여당에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가 시스템 공천 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지난 10년 동안 독단적으로 결정해 공천해놓고 이제 와서 룰을 따르겠다고 하면 뭘 보고 믿으라는 거냐”고 직격했다.
‘스피드 일문일답’에서도 후보들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다른 후보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천 후보는 “저의 장점은 맨정신이라는 것”이라며 “당 대표 욕심 때문에 청각이 이상해진다거나 욕심에 눈이 멀어 장제원 의원의 손을 잡는, 그런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국민이 무서운지 알고 국민의힘을 똑바른 길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지난 20일 2차 티브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설화인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꺼내들어 “제가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천 후보는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공격해 본인 이름을 알리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한 걸 비꼰 것이다. 천 후보는 당시 “바이든이라고 말한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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