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골프 파문 ‘진실게임’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내기 골프가 결국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 총리와 이기우 교육부 차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 등 세 사람을 둘러싼 ‘유착 의혹’이 끝없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이 총리와 류 회장, 이 차관 등이 함께 운동을 했거나 만난 시기는 공교롭게도 주가조작이나 가격담합 사건으로 류 회장이 곤욕을 치르던 때다. 게다가 이 차관과 류 회장, 김평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이 함께 골프를 한 지난해 9~11월에 공제회는 영남제분 주식을 분할매각해 7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1.돈 누가 냈나
이기우 차관 애초 “각자 부담” 한나라 조사결과 한명이 계산 미묘한 시점마다 골프, 짙어지는 ‘로비 의혹’=2004년 9월27일 이 총리와 이기우 당시 총리 비서실장, 류 회장 등이 만난 날은 류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증권거래소 조사를 받기 시작한 지 1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때 류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말바꾸기로 비판을 받은 이 차관의 경우 지난해 9~11월 김 이사장, 류 회장과 함께 부산에서 ‘여러차례’(이 차관의 해명) 골프를 했다. 영남제분 주식을 9% 넘게 보유한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10월17일부터 시세차익을 위해 주식을 분할매도하다 이를 중단했다. 지난해 11월25일에는 영남제분이 195만주의 자사주를 장외에 매각해 68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시기적으로 이들의 골프 회동이 교원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처리 문제와 무관하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또 이때는 삼양식품을 둘러싸고 공제회와 영남제분 사이에 적극적인 협력 관계 조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제회가 지난해 9월 삼양식품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될 때 영남제분도 함께 삼양식품 지분 27%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곳곳에서 공동인수를 위한 흔적이 묻어난다.
한나라당 쪽은 이 총리의 처남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부산상공회의소 감사로 지내고 있고, 처남의 부인이 이번 골프회동에 참석한 ‘문제의’ 기업인들과 한 대학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같이 수료했다는 사실을 들어 이 총리를 ‘로비’의 표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리가 ‘로비’와 관련됐다는 사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 이사장-류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이 차관의 행적이 의심을 사고 있다. 2.내기 골프 액수는
완강히 부인하다 ‘100만원’ 보도에
“40만원 걸었다” 시인…의혹은 여전 베일벗는 3·1절 골프의 ‘진실게임’=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실체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등 참석자들의 말 바꾸기가 현장확인 등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기우 차관은 지난 7일 파문이 확산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해찬 총리의 비용은 최인섭 아시아드컨트리클럽 사장이 내주고, 나머지 사람은 각자 계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골프 모임 참석자 가운데 한명은 “내몫을 계산하려고 카운터에 갔더니 이미 다른 사람이 계산을 해둔 상태였다”고 언론에 밝혔다. 11일 최인섭 사장은 골프장을 방문한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에 “총리의 것을 제외한 비용을 참석자 가운데 한명이 신용카드로 한꺼번에 계산했다”고 말했다. 애초의 ‘각자 부담’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내기골프 여부에 대해서도 이 차관을 포함한 참석자 모두는 애초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100만원을 걸고 내기골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하자,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골프를 쳤던 3명은 즉시 태도를 바꿔 “참석자 가운데 한명이 내놓은 40만원을 걸고 내기골프를 쳤다”는 문건을 언론사에 돌렸다. 그러나 내기를 건 액수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차관이 포함된 조에서는 아직도 내기골프 여부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있다. 3.황제골프였나
“지각탓 예약시간 넘겨 시작” 해명
의도적이었는지는 아직 안밝혀져 앞뒤 팀을 비운 이른바 ‘황제 골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줄곧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총리 일행이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 오전 9시20분에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며 “황제골프를 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참석자들과 골프장 쪽은 “애초 1부 제일 뒷부분인 오전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총리 일행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앞뒤로 다른 조들이 없는 상태에서 골프를 치게 됐다”며 “황제골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예약시각보다 의도적으로 늦춰서 시작한 것인지, 불가피한 사정으로 늦어진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익림, 부산/최상원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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