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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향한 일본의 ‘극진한 환대’ 부각…“부부만 만찬 드문 편”

등록 2023-03-16 22:07수정 2023-03-17 09:52

윤 대통령 “구상권 상정 안해” 발언에
기시다 총리, ‘흐뭇한 미소’ 짓기도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16일 도쿄 긴자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16일 도쿄 긴자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84분 동안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 이후 넉달여 만에 얼굴을 마주한 두 정상은 벚꽃이 개화한 도쿄에서 12년 만에 ‘셔틀 외교’가 복원된 것을 앞세워, ‘한-일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모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선 마지막 순간까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사과’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부부 동반 만찬 개최 등 일본 쪽이 보여준 ‘극진한 환대’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53분께,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2시간가량 뒤인 오전 11시50분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쪽에선 다케이 슌스케 외무성 부대신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대사 등이 마중 나와 윤 대통령 부부를 환영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 형식이) 실무 방문임에도 부대신이 공항에 영접을 나오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로 예우를 표했다”며 일본 쪽 ‘환대’ 분위기를 강조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 일정은 오후 4시40분,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공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현관까지 마중 나온 기시다 총리의 안내를 받아 일본 자위대 의장대를 공동 사열하는 환영행사를 뒤, 오후 6시15분까지 곧장 소인수 회담(24분)과 확대 정상회담(60분)으로 내달렸다.

오후 6시34분,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공동기자회견장에 입장한 두 사람은 “도쿄에서는 벚꽃이 개화했다. 윤 대통령과 미래를 위해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기회가 찾아온 데 대해 대단히 기쁘다”(기시다 총리),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윤 대통령)는 말을 내놓으며 양국 관계 새로운 시작을 부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관련해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 문제가 아직 남아 있지 않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구상권이 행사되면 모든 문제는 원위치가 된다”며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상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족하면 답변을 더 해드릴 수 있다”며 확신을 주는 듯한 윤 대통령의 답변에, 옆에 선 기시다 총리는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일정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만찬-친교로 이어진 저녁 자리였다. 일본 쪽은 스키야키가 유명한 긴자의 ‘요시자와’ 식당에 1차 만찬 자리를,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이후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 경양식집 ‘렌가테이’에 두 정상만의 친교 자리를 마련했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저녁 7시40분 요시자와 식당에 도착한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마중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통령실 쪽에선 “일본 관례상 두 부부만 동반하는 만찬은 매우 드문 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만찬은 양 정상 부부 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김 실장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스시 만찬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한 꼬치구이 만찬과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접대 문화인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피고 기업이 빠진 ‘제3자 변제안’에 대한 국내 반발을 의식한 듯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양국 문제를 국내 정치나 자기 입지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 국가에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나보고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어 “앞으로 담대한 마음을 갖고 한-일관계를 이끌어가겠다”고도 말했다.

도쿄/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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